‘음주 방송’ 토론으로 물의를 빚은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이번에는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를 공격하면서 일제에 의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돈벌이를 위한 자발적 지원자로 규정해 비판이 일고 있다.
신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의 조선인 인력동원은 1939~41년엔 기업체 모집, 1942~43년엔 조선총독부 알선, ‘영서’(영장)에 의한 징용은 1944~45년에 이뤄졌다”며 “박원순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가 1941년 사할린에 간 것은 강제징용이 아니라 기업체의 모집에 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 고등법원 제5민사부 판결문(사건번호 2007나 4288)을 근거자료로 들면서 “박 후보가 호적 조작도 모자라 가족사까지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통과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1938년 4월 1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제에 의하여 군인·군무원 또는 노무자 등”을 국외강제동원자로 규정하고 있다. 신 의원도 이 법안 발의자로 참가했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관계자는 “부산 법원 판결물 등 구체적인 사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역사적인 배경이나 맥락 등을 고려해서 강제징용의 시기를 법에서 1938년까지 잡았던 것”이라며 “기업체 모집이라는 용어에 얽매여 1944년 이전은 자발적인 지원이라고 보는 것은 실체적인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박 후보 선대위 대변인인 우상호 전 의원은 “신 의원이 말한 ‘자발적 징용’ 운운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이라며 “신 의원은 역사적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태평양 전쟁 당시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독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성희롱 발언으로 국회 징계를 받은 강용석 무소속 의원에 이어 ‘음주 방송’물의를 일으킨 신지호 의원이 ‘박원순 저격수’로 나서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캠프 안에서도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캠프에서 일하는 한 초선 의원은 “신지호 의원이 안나서는 게 좋겠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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