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6일 문화방송 ‘100분토론’ 화면 갈무리.
“박원순 작은할아버지는 강제징용 아니라 모집에 응한 것”
“신지호 주장은 정부의 징용 피해자 규정 뒤집는 것” 비판
“신지호 주장은 정부의 징용 피해자 규정 뒤집는 것” 비판
음주 방송으로 물의를 빚어 나경원 선대위 대변인에서 물러난 신지호 의원이 박원순 후보의 병역 문제를 공격하면서 일제 강점기 징용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한 것이란 취지로 발언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신 의원은 11일 오전 박원순 후보 병역 문제 관련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후보의 입양은 형제의 병역면탈을 노린 ‘반사회적 호적 쪼개기’였음이 더욱 명백해졌다”며 “형제의 병역 면탈을 위한 호적조작도 모자라 이제는 가족사까지 조작하는가? 불행한 것은 박 후보의 가족사가 아니라 천만 서울시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박원순 후보쪽 주장처럼 1941년에 할아버지에게 징용영서가 날아왔고, 동생인 작은 할아버지가 대신해 ‘사할린에 강제 징용되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관계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거짓 주장”이라며 “작은 할아버지가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갔을 수는 있으나, 이는 모집에 응해서 간 것이지 형에게 나온 징용영서를 대신한 것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의 이런 주장의 근거라며 강제 징용자가 일본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부산고법 2009년 2월3일)을 읽어 나갔다. 그는 “일본이 전쟁으로 인력과 물자가 부족해지자 1939년 7월8일 국가총동원령과 관련한 칙령을 제정했고, 이후 한반도 등 외지에는 43년 칙령 제 600호에 따라 같은 해 10월 1일부터 국민징역령이 적용됐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징역령의 유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비행기 부품 및 제철 용광로 제조자, 선박 수리공 등 특수기능을 가진 한국인을 일본으로 이주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초기에는 한국인들의 반발을 우려해 강제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무 동원계획에 따른 모집형식으로 실시되었다. 그러다 태평양전쟁이 최고조에 달하는 1944년 8월 8일 일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징용령이 적용되었다.”
신 의원의 이런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우리 정부의 입장과 부합할까?
정부는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일제하 노무동원에는 모집, 관 알선, 국민징용이 있었다. 위원회는 강제 동원 피해자와 관련해 1938년 4월부터 강제동원령이 내려진 것으로 규정했다. 또 모집이라고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징용 간 것이 아니라 조선총독부가 지역과 인원을 할당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동원 피해자로 보고 있다. 설령 자발적으로 노무 동원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망이나 폭력을 당하는 등 명백한 피해가 입증되는 경우도 강제 동원 피해자로 인정했다.
지난해 2월 통과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안’에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를 1938년 4월1일부터 1945년 8월15일 사이에 일제에 의해 국외로 강제 동원된 사람들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신지호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이다.
박 후보쪽 우상호 대변인은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을 당한 수많은 피해자들과 후손들을 욕보이는 행위”라며 “네거티브에 몰두해 역사적 사실조차 왜곡한 신 의원은 더 이상 횡설수설하지 말고 국민과 서울시민 앞에 공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근현대사 연구자인 신주백 연세대 HK 연구교수는 “박 변호사 작은 할아버지의 경우는 정부가 인정하는 일제 징용 피해자가 명백해 보인다”며 “신 의원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일 뿐 아니라 일제 징용 피해자 관련 우리 정부의 입장을 뒤집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신지호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자유주의연대 대표,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을 지낸 대표적인 ‘뉴라이트 정치인’이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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