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터 진상조사단 꾸려…이 대통령 “한국은 시끄러운 나라”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뒤 머물게 될 사저 부지로 마련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 매입 과정에서 국가 예산이 유용됐다는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민주당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을 방문중인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시끄러운 나라”라고 말해, 야권이 제기한 내곡동 땅 관련 각종 의혹을 일축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내곡동 땅 거래를 중개한 부동산업소와 제반 정황을 살펴보면 청와대와 땅주인은 9필지 전체에 대해 54억원에 매매하기로 하고, 그 돈을 (이 대통령 아들인) 이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아들에게는 시가보다 적은 금액을 배분하고, 나머지는 경호처가 부담하는 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통령 아들은 사저 부지를 헐값으로 매입하고, 정부 예산에서 그 차액을 충당해준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매입한 내곡동 사저 부지 인근에 형 이상득 의원의 땅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또한 최근 공사가 시작된 경기도 이천의 남이천나들목이 이 대통령 선친 선영과 이상득 의원 소유의 대규모 목장을 다니기 쉽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친인척들을 둘러싼 이런 의혹을 조사할 국정조사 요구서를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내곡동 엠비(MB) 사저 진상조사단’(단장 최규성 의원)을 구성해 조사 작업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시끄러운 나라”라며 “국내 신문을 보면 시커먼 것(기사 제목)으로 매일 나온다”고 말했다.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센 상황을 두고 한 발언으로 보인다. 여당 대표까지 사저 주변 경호시설의 축소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들끓고 있는 여론을 단순히 ‘시끄러운 일’이라고 지칭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 대통령 스스로 ‘역사상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하게 시작한 정권’이라고 규정한 바 있으니, 자신의 내곡동 사저 부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깨끗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이 대통령이 ‘시끄러운 나라’라는 표현을 했는데, 투명하지 않으니까 시끄러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워싱턴/안창현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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