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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서울대-판사-의원 ‘엘리트 코스’…“서민 삶 없다” 평가

등록 2011-10-12 20:49수정 2011-10-12 22:47

나경원 후보 검증 인물탐구
“내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본다면 졸음이 오는 잔잔한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잔잔한 영화를 찍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지난해 2월 펴낸 자전 에세이 <세심>의 한 대목이다. 짧은 두 문장으로 ‘자연인 나경원’이 설명될 리 없다. 더욱이 ‘정치인 나경원’의 가공할 대중성은 노력만으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콤플렉스

4자매 중 ‘가장 못생겨’
초등때 “샘 많다” 지적

나경원 후보는 공군 소령으로 예편한 나채성(73)씨의 맏딸로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여동생만 셋이 있다. 그중 가장 ‘못생겼다’고 한다. 주변에선 바로 밑 여동생을 ‘인형 같다’고들 했다. 나 후보는 뒷전이었다. 어머니가 소녀 나경원을 기죽이지 않으려고 “우리 큰딸도 예쁘다”고 맞받곤 했다. 그 어머니가 나 후보를 사립초등학교에, 웅변학원에 보냈다. 초등학교 성적표에 줄곧 1등이 찍혀 있었으나 “샘이 많다”는 평도 함께 실렸다. 아들을 바랐던 군인 아버지는 넷째 딸에게 한동안 설빔으로 남아용 한복을 입혔다.

애초 교수를 꿈꿨던 나 후보는 1986년 서울대 법대 졸업 뒤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해 1992년 합격했다. 수차례 낙방했다. 1학년 때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남편(김재호 판사)보다 3년이 늦었다. 나 후보는 “왜 자꾸 떨어지는지 생각해봤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법관으로 사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꼭 법관이 아니어도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후 얻은 별명이 ‘나징가제트’다. 강한 체력으로 끝까지 앉아 버티며 공부한다는 것이다.


■ 악바리

대변인때 3시간 취침
“부작용 낳을만큼 성실”

나 후보는 “30분 단위로 일정을 잡으면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한 측근은 “나 후보가 아름답고 연약한 여성 같지만 성취욕과 추진력, 체력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2006~2008년 당 대변인을 할 때 하루 3시간만 잔 적도 많았다. 수행 보좌관은 늘 아침 6시 집 앞에 차를 대기시켰다. 딸이 엄마를 보겠다며 의원회관에 온 적도 있다. 기자들은 때로 새벽 1시까지 대변인에게 전화해 취재했다. 어느날 대변인 논평이 끝나고 기자들이 나 후보를 따로 불렀다. ‘깜짝 생일파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여백’을 두지 못하는 성실함은 부작용도 초래했다. “지역구 관리의 경우 주민들을 오래 만나는 것도 필요한데, 잠깐씩 만나고 이동하니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한 측근)이다. 보좌진에겐 버거운 상관이었다. “1주일짜리 업무를 맡기고 한 시간 뒤 어떻게 됐느냐고 묻는 식”이다.

나 후보는 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세심>엔 “옷도 세일하지 않을 때 구입하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50% 이상은 되어야 세일다운 세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적고 있다. 다만 순탄한 주류의 삶과 말쑥한 용모 덕분에 이런 ‘근성’은 잘 전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게다가 그에겐 엄연히 200만원짜리 옷도 있고, 1년에 6천만원가량(생활비 포함) 드는 미국 기숙학교에서 유학중인 아들(14)도 있다.

■ 주류 정치인

조직논리에만 충실해
“콘텐츠가 없다” 비판도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인천지법 나경원 판사를 정책특보로 발탁하며 정치에 입문시켰다. 이 총재는 다른 특보들과 달리 나 특보에겐 전용 사무실도 마련해줬다. 편안한 입문이 최대의 정치 위기가 됐다. 서울대 법대 동기로 당시 캠프에 함께 있었던 조해진 의원은 “이 총재가 선거에 지고 정계 은퇴하면서 나 후보의 기댈 곳이 사라졌다. 많이 힘들어했다.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법대 동문 사이에선 결코 정치 안 할 것 같은 이로 나 후보가 거명됐다고 한다. 나 후보 스스로도 “어리바리한 애가 어떻게 정치를 하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회고한다. 한 대학 동기는 “대학 때 나 후보가 속했던 국제법학회는 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법대 내 일종의 귀족 서클이었다”며 “게다가 검사가 아닌 판사를 지망한 터라 정치 가능성은 더 낮게 봤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 후보는 이회창 총재가 대선에 패했던 그날 저녁 여의도 당사 앞 포장마차에서 기자들과 폭탄주를 나눠 마셨다. 앞이 보이지 않던 상황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준비를 한 것이다. 이후에도 꾸준히 당을 왕래했다. 결국 2004년 비례대표로 등원했고, 2008년 서울 중구 지역구 의원으로 자립했다.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2010년 전당대회 때 2위,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선 1위를 차지해 최고위원으로 등극하는 등 독자적 정치력을 과시했다. 올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민하던 나 후보에게 강재섭 전 대표가 “정치인은 전당대회로 성장한다”며 독려해준 대로였다.

대변인 당시의 인기가 대중성의 밑돌이었지만, 나 후보는 정쟁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쟁점 법안이던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안 통과, 사립학교법 반대 등이 대표적이다. 텔레비전 토론 등에서 벌인 야권과의 과감한 맞대결도 그렇다. 측근들은 때로 만류했다고 한다. 나 후보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불거질 때도 마찬가지”라며 “(민감한 이슈의 토론회는) 모두가 꺼리는 것이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에 대한 도리라 결코 싫은 기색 한번 안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총대 메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보수의 “성전”이라 이르고, 국회의원이 주민투표 선거를 지원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그에겐 ‘주류 보수’ ‘반복지’의 낙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평가도 엇갈린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서민들의 공감대가 좁아 아쉽다”고 평가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를 잘 아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치고 그리 비겁하지 않은 정치인이다. 난처한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처신한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 장애인 엄마의 꿈

다운증후군 딸 출산뒤
초등 입학거부 돼 ‘눈물’

나 후보는 장애인 딸(18)과 아들을 두고 있다. 출산 다음날 딸의 다운증후군 사실을 알고 “평생 흘린 눈물의 절반을 흘렸다”고 한다. 그전까진 다운증후군 자체를 잘 몰랐다고 한다. 딸이 초등학교 입학을 거부당하는 수모와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그가 장애 문제에 각별한 배경이다.

나 후보에겐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종종 따라붙는다. 기저엔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판사, 대변인, 문방위 간사 등을 하면서 그가 얼마나 중요한 현안을 많이 다루고 추진했느냐”며 “그가 콘텐츠가 없다면 우리 당에서 콘텐츠 있다고 할 만한 의원은 몇 안 된다”고 말한다. 나 후보의 ‘자산’에 대한 시기라는 것이다. 한편에선 나 후보가 지나치게 경험치에만 의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 후보가 ‘변방의 삶’을 경험했다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에게 생애 첫 좌절을 안겼던 딸이 지난 8월 나 후보에게 “오(세훈) 시장 사퇴한대. 엄마 힘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홍준표 대표)는 당내 비토 여론을 대중성과 열망으로 돌파했다.

그와 지난해 인터뷰했던 김어준씨는 “자연인 나경원에도, 정치적 나경원에도 아직은 주어가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평생 ‘조직 논리’에만 충실했다는 얘기다. 반박이라도 하듯, 나 후보는 다음과 같은 말을 <세심>에 남겼다.

“판사 시절에도 조정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처럼 갈등을 해결하는 것에 있어 아이디어를 내고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치보다 행정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해 4월 서울시장 당내 ‘예선’에 뛰어들었고, 올해 박원순 후보와 ‘본선’을 겨루고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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