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내곡동과 무관”…민주, 이시형·임태희 실장 등 5명 고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뒤 머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터를 매입하기 전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대통령 경호훈련장을 이전하거나 신축할 수 있도록 시행령(대통령령)이 개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호처가 내곡동에 매입한 경호시설 터 대부분이 그린벨트인데다, 내곡동 외에 청와대가 사저와 경호시설 부지로 감정평가를 의뢰한 다른 지역도 그린벨트인 점으로 미뤄 청와대가 시행령을 개정해 ‘그린벨트 딸린 사저’를 일찌감치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19일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시행령을 2009년 8월5일 개정하면서 그린벨트에 지을 수 있는 시설에 대통령 경호훈련장의 이전·신축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개발제한구역 특별조치법은 그린벨트 안에서 건축물의 건축 행위 등을 제한하고 있는데, 예외조항으로 국방·군사에 관한 시설 등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2009년 8월 허가 대상 건축물 종류를 규정한 시행령 13조를 개정하면서, 국방·군사에 관한 시설의 경우 ‘대통령 경호훈련장의 이전·신축을 포함한다’는 내용을 새로 넣었다.
시행령이 이렇게 개정됨에 따라 청와대는 지난 5월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3)씨 땅과 붙어 있는 내곡동 그린벨트 땅을 경호시설 부지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전체 경호시설 터 1757㎡ 가운데 대부분인 1741㎡가 그린벨트 지역이다. 청와대가 내곡동 외에 사저와 경호부지 터로 감정평가기관 2곳에 감정을 의뢰했던 서울 강남구 수서동 490-4 일대 땅 역시 그린벨트 지역이었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07년부터 충남 공주에 경호 훈련시설을 지으려 했는데 일부가 그린벨트에 걸쳐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던 것”이라며 “이번 내곡동 사저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은 “청와대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그린벨트 지역을 염두에 두고 사저를 짓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여온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내곡동 사저 땅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시형씨와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인종 경호처장, 김백준 총무기획관, 경호처 재무관 등 5명을 업무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시형씨 지분 가격은 낮게 책정하고, 국가 지분은 높게 책정한 것은 국가 예산집행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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