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5% 박원순 당선시켜
당분간은 정치행보 안보일듯
당분간은 정치행보 안보일듯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투표일인 26일에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를 도왔다. 아침 7시, 용산구 한강로동 주민센터에서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투표한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선관위에서 어떻게 해석할지 몰라 조심스럽다. 선거에 대해서는 한 말씀도 못 드린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지나친 규제를 한다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이틀 전 박 후보에게 건넨 편지에서 강조했던 투표 참여 메시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박원순 후보의 당선에 안 원장이 기여한 공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는 9월 초 서울시장 출마 뜻을 살짝 내비친 것만으로 폭풍 같은 ‘안풍’을 휘몰아치게 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5% 안팎의 미미한 지지율에 머물던 박원순 후보에게 안 원장이 “꼭 당선되시라”는 말을 남기고 장외로 빠져나가자 박 후보는 단숨에 지지율 선두로 뛰어올랐다. 한나라당의 검증 공세에 박 후보가 고전하자 선거전 막판, 안 원장은 홀연히 다시 나타나 “투표합시다”라는 내용의 편지 한 장으로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켰다.
이 과정에서 안 원장은 ‘박근혜 대세론’을 뒤흔들며 단숨에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둔 인물은 바로 안철수”라는 말들이 나왔다.
안 원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있다. 가장 닮고 싶은 ‘시대적 멘토 안철수’, 그리고 ‘잠재적 대선주자 안철수’다. 그는 대선주자로서 아직 검증받은 바 없다. 그에게 대선에 나서겠다는 권력의지가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했던 것도 ‘시장을 하겠다’는 욕망이 아닌 ‘고통스럽지만 져야 할 짐’이라는 자기희생이라고 여겼다는 게 가까운 이들의 설명이다.
어쨌든 주가가 더욱 치솟은 그에겐 대선주자로 나서달라는 주문이 밀려들겠지만, 당분간 그는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럴수록 그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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