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6일 열린 ‘혁신과 통합’ 발족식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왼쪽부터) 등과 함께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앞으로의 행보는
재판뒤 “통합 위해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
오늘 진보개혁모임 참석으로 정치행보 재개
전대출마 선언땐 유력주자 떠오를 가능성 커
재판뒤 “통합 위해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
오늘 진보개혁모임 참석으로 정치행보 재개
전대출마 선언땐 유력주자 떠오를 가능성 커
“그날이 가장 힘들었어요. 다들 무죄가 났다고 좋아했지만 내겐 너무 고통스럽고 정말 가슴 아픈 날로 기억됩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해 4월의 기억을 떠올리며 얼마 전 지인들에게 했다는 얘기다. 2010년 4월9일은 서울중앙지법이 그에게 덧씌워진 뇌물 혐의에 무죄선고를 내린 날이지만, 검찰이 그에게 ‘불법 정치자금 수수’라는 또하나의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한 다음날이기도 하다. 한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한 상황에서 선거기간 내내 불법 정치자금 수수라는 또하나의 올가미가 자신을 옥죌 것이란 생각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느냐”고 말했다.
2009년 12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석패했고, 지난 9월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사람들이 재판정에선 돈을 준 적이 없다고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 전 총리는 ‘포괄적 진술 거부’라는 침묵으로 검찰에 항의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31일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받고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검찰이 연거푸 채운 ‘족쇄’를 잇달아 떨쳐내면서 그의 정치적 중량감은 더욱 커졌다. 역설적이게도 검찰이 그의 정치적 성장을 도운 셈이다. 그에겐 ‘검찰의 탄압을 이겨낸 강인한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자산으로 붙었다.
한 전 총리는 앞으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통합과 민주당의 진로가 얽히고설킨 상황이라 그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주변 인사들에게 “이겼어요. 정말 고마워요. 이제 함께 달려갑시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한 전 총리는 우선 야권통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 후 일성도 ‘통합’이었다. 그는 앞으로 행보를 묻는 기자들에게 “통합과 민주진보진영 승리를 위해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의 혁신, 야권과 시민사회의 통합,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일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민주당 진보개혁모임 오찬에 참석해 혁신과 통합의 문재인 공동대표로부터 통합정당 제안을 설명 듣는 것으로 통합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 전 총리가 민주당 내 대표적 친노 주자이고, 친노 인사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과도 말 그대로 ‘얘기가 통하는 사이’라는 점에서 통합 논의에 적임자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관심은 한 전 총리의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쏠린다. 통합전대를 치르느냐, ‘선 전당대회 후 통합’으로 가느냐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 전 총리가 출마를 선언할 경우 유력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당내 역학구도도 그의 행보에 따라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다.
통합이라는 화두와 별개로, 민주당 혁신론, 세대교체론 등에 그가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한 전 총리 쪽은 “이제 재판 부담을 떨친 만큼 전당대회 출마를 포함해 한 전 총리 역할론에 대해 적극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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