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연구소 전 직원에게 이메일 보내…1500억원 상당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 있어”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 있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자신이 소유한 안철수연구소(안랩)의 지분 절반을 기부해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장학금 등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 원장의 재산 사회환원이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안 원장 쪽은 ‘오래된 구상’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안 원장은 이날 오후 안랩 직원들에게 ‘더불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보내 이런 뜻을 밝혔다. 이 편지에서 안 원장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고자 한다”며 “제가 가진 안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서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의 지분 37.1%(372만주)는 14일 종가 기준으로 약 3028억원어치에 이르러, 사회에 환원되는 금액은 1500억여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며 “(환원되는 지분이)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은 갖고 있다”고 썼다. 1995년 안랩을 창립한 안 원장은 현재 안랩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달 초부터 안 원장이 재산을 출연할 것이란 말이 돌았으며, 재단 설립이 본격적인 정치선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해 왔다. 안 원장은 이런 시각을 우려한 듯 “이것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실의와 좌절에 빠진 젊은이들을 향한 진심 어린 위로도 필요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밝혀, ‘실천’에 방점을 찍었다.
안 원장은 그동안 여러가지 방식의 사회공헌을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엔 안 원장이 지난 9월까지 2년간 진행한 청춘콘서트를 마친 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는 부의 사회환원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고민 때문에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안 원장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실천하는 데 엄격한 사람이라 더 늦기 전에 실행에 옮기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면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할 때 이런 카드를 내지 않았겠느냐”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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