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는 거부뜻 확실
당내 대화파 입장주목
당내 대화파 입장주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15일 국회를 방문해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와 관련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민주당이 수용하면 비준안은 여야 ‘합의 처리’ 수순에 들어가고, 거부하면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 실행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16일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 결론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아이에스디 폐기 없는 비준안 처리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주요 당직자들은 “실망스럽다”(이용섭 대변인), “미흡하다”(김진표 원내대표), “받을 수 없는 수준이다”(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과의 만남 뒤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김진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 등이 잇달아 회의를 열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지만,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미국과 접촉해 가져온 게 없지 않으냐”며 “민주당 입장은 바뀐 게 없고, 기존 당론을 바꿀 만한 정황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미국 쪽의 가시적인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말만으로는 담보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 대통령이 한 말은 지난번 민주당 의원총회가 거부한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과 다르지 않다”며 “이 대통령이 약속을 한다고 해도 비준안이 통과된 이후 ‘미국이 재협상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면 결국 무산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아이에스디 조항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면담에서 이 대통령은 “아이에스디가 도입되더라도 우리가 더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김진표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관료들로부터 달콤한 얘기를 듣다 보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고 이용섭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기존 청와대 입장과 다른 제안을 내놓은 만큼, 당내 온건파 의원들의 타협론이 지난번 의총 때보다 강하게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내 대표적 협상파인 강봉균 의원은 “대통령이 협상을 하겠다는 건 진전으로 본다”며 “찬성을 하기는 어렵지만, 물리적인 저지를 하지 않겠다는 정도는 양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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