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날치기|협상 매달리다 ‘허찔린 야권’
“국익 팔아넘긴 의회 쿠데타” 무효투쟁 선언
일부 “강행처리 대비 없었다” 지도부 비판
“국익 팔아넘긴 의회 쿠데타” 무효투쟁 선언
일부 “강행처리 대비 없었다” 지도부 비판
허를 찔린 야당들은 강력히 반발하면서 무효 투쟁을 선언했다. 22일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 것에 대해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전무후무한 날치기”, “의회 쿠데타”, “매국노”란 표현을 쏟아내면서 규탄했다. 현재 진행중인 예산안 심의 등 국회 일정을 당분간 거부하기로 했고, 23일 오전에는 야 5당과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이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비준안 처리 뒤 논평을 내어 “한-미 에프티에이가 이대로 시행되면 국익이 크게 손상되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 분명함에도, 한나라당은 비준안을 단독 상정해 날치기 처리했다”며 “이는 법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명백히 무효”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의회 쿠데타를 사실상 조종한 청와대가 비준안이 통과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몰염치하고 부도덕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이 상상을 초월하는 독재적 폭거를 저질렀다”며 “의회 쿠데타로 국익을 팔아먹은 매국노 의원들과 매국노당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으로, 더구나 야비하게 기습적으로 처리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추미애 의원은 본청을 나가며 “민주당이 23일 통합 논의를 위한 중앙위원회 준비에 몰두해 있는 것을 알고 허를 찌른 국민적 기만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후에 형성된 이중전선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밤 8시30분부터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앞으로의 한-미 에프티에이 투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고, 의원 중에는 ‘민주당 의원직 총사퇴’를 거론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발언에 나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도부 책임론부터 거론했다고 한다. 한 참석 의원은 “당 지도부가 한나라당의 비준안 날치기 처리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한 만큼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러나 그런 발언을 하는 분들은 통합전당대회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날치기 처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손학규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를 먼저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사수파’들이 요구해 온 내용이다.
관심은 23일로 예정된 민주당 중앙위원회의 개최 여부와 성격에 쏠리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중앙위원회를 연기하자는 민주당 강화파 의원들의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지 못하면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통합전당대회를 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의총에서 “이미 각 지역에서 중앙위 준비 등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연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에프티에이 비준 책임론과 전당대회에 대한 이견이 맞물리면서 민주당 내부 갈등은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지은 이태희 기자 jieuny@hani.co.kr
허탈 22일 오후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 뒤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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