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친박 내부서도 의견 갈려
박 ‘배후정치’ 도마 위에
박 ‘배후정치’ 도마 위에
한나라당의 ‘부자 증세’ 논쟁이 되레 당 쇄신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부자 증세안을 두고, 동반자적 관계였던 친박계와 쇄신파는 물론 친박계 내부에서도 대립이 노골화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통한 증세안에 제동을 건 것이 결정적이다.
정두언·김성식 의원 등 당내 쇄신파가 지난달 초 제기한 부자 증세안은 한 달도 안 되어 박 전 대표에 의해 가로막힌 상태다. 부자 증세안은 고소득구간(2억원) 신설과 그에 대한 세율 인상(35% → 40%)으로 부자정당 이미지를 불식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커질 대기업 이익을 나누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측근을 통해 “세제 논란이 너무 정치적으로 흐르면 누더기 세제가 돼버린다”, “있는 세금부터 제대로 걷어야 한다” 등의 논리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전했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24일 “(소득세 증세안을) 정책위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달라”고 지시하고, 사흘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이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 뒤였다.
일각에선 박 전 대표 특유의 ‘배후 정치’가 쇄신 정책을 두고도 발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상임위에서 예산안이 모두 의결된 뒤 “(민생복지를 위한) 예산안을 직접 챙기겠다”고 뒤늦게 말하기도 했다.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 당내 차기 대선주자들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통한 부자 증세에 긍정적이다. 김문수 지사 쪽도 “현재 논의되는 소득세 구간 신설 수준은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소장파 의원은 “시간이 적고, 대선주자로서 대안을 내놓아야 할 판에, 종합적으로 검토하자고만 한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복지 재원이 없다고 하면서 이걸 거부하는 게 말이 되느냐. (박 전 대표가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그러면 총선 앞두고 부자들만 위하는 정당으로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2월 들어 ‘부자 증세’ 논쟁이 이어지자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대안 부재 등의 비판이 일자 입장을 조금 선회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당은 소장파들 요구로 오는 8일 정책의총을 열고 부자 증세안을 본격 논의한다. 정두언 의원이 연 3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세금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 임해규 의원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방안 등을 내놓으며 논의 폭을 확장시켜놓은 상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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