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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차떼기당’ 악몽 되살아나나? 한나라 ‘전전긍긍’

등록 2011-12-05 17:21

문용식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맨 오른쪽)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관위사이버테러진상조사단회의에서 디도스 공격 관련 도표를 설명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로그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용식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맨 오른쪽)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관위사이버테러진상조사단회의에서 디도스 공격 관련 도표를 설명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로그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상 초유 ‘선관위 누리집 해킹’ 사건에 여당 위기 휩싸여
“한나라 간판으로 선거를 치르긴 힘들어…당을 해체해야”
‘차떼기당’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비서가 중앙선관위 누리집 공격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되면서 한나라당이 위기에 휩싸였다. 쇄신파 일부에선 당 해체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아직 최 의원과 한나라당의 개입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상 초유의 ‘사이버 선거부정 사건’은 2003년 겨울 당시 ‘차떼기당 사건’과 여러모로 닮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권 교체기라는 상황도 엇비슷하다.

 현 상황을 위기로 보는 시각은 한나라당 안팎에서 일치한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4일 밤 최고위원회에서 “당이 하루빨리 사과하고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국정조사 등)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여옥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okstepup)에 “대상이 선관위라는 점에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 등 조사에 관한 것이라면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혁신을 요구했던 쇄신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 해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디도스 악재가 쇄신에 힘을 줬다”며 “한나라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르긴 힘들고 당을 해체해서 전당대회를 다시 열고 새 당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5일 에스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관위 누리집 공격 사건을 언급하면서 “한나라당이 책임을 벗어날 수 없고, 악재를 넘어서 한나라당의 위기”라며 “한나라당의 앞날에 불길한 예감을 가지게 하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입장에서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내년 총선 대선까지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이 한나라당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되고,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2002년 차떼기 대선 자금에 책임을 지겠다며 검찰에 출두한 2003년 12월15일 오전 민주노동당 빈민위원회 회원들이 이전총재의 출두시간에 맞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2002년 차떼기 대선 자금에 책임을 지겠다며 검찰에 출두한 2003년 12월15일 오전 민주노동당 빈민위원회 회원들이 이전총재의 출두시간에 맞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이처럼 한나라당 안팎에서 ‘선관위 공격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차떼기당의 악몽’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진행되는 형국이 2003년 12월의 겨울과 똑 닮았다. 당시 한나라당은 희대의 정치자금 사건인 차떼기 사건에 직면했다. 차떼기 사건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를 통해 한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박스 트럭째로 받은 사건이다. 한나라당 재정국은 대기업으로부터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지하 주차장에서 박스 트럭에 현금 100억원을 담아 전달받았다. 통상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을 받을 때는 차 트렁크에 사과 박스로 받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박스 떼기’로 불렸지만, 트럭째로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차떼기’, ‘차떼기당’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후 차떼기당은 한나라당의 부패 이미지를 상징하는 별칭이 되었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의 해를 앞두고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 사건이었다.

 차떼기 사건에 이어 한나라당은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무리수를 뒀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15%대로 곤두박질쳤다. 한나라당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표였다. 긴급 소방수로 투입된 박 대표는 서울 여의도 옛 중소기업전시장 터에 마련된 천막당사로 당사를 옮기고, “개헌 저지선만은 만들어 달라”고 호소해 가까스로 121석을 건졌다. 차떼기와 탄핵, 천막당사, 지지율 하락, 총선 참패라는 일련의 정치 흐름이 현재 상황에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순서는 다르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통과에 이어 이번 선관위 해킹 사건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차떼기 사건 당시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2004년 3월29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 박근혜 대표 등이 운동을 신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2004년 3월29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 박근혜 대표 등이 운동을 신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차떼기 당시 상황과 현재 한나라당 모습은 시기적으로나 정치적 상황을 보더라도 여러모로 닮았다”며 “지도부의 안이한 상황인식,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과 소장파들의 혁신 요구, 부패 당 이미지 강화 등이 그렇다”고 진단했다.

 고 박사는 사건의 수습과 관련해 “지도부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현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 비상대책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전 대표가 조기등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태의 해결과 수습 또한 차떼기당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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