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행사 참석했는데 카메라 들이밀며 요구해 마지못해 찍어”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보수 신문들의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입장은 뭘까.
지난 11월14일 안 원장이 주식 기부 의사를 밝힌 뒤 이를 위한 재단 설립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강인철 변호사는 “안 원장이 종편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 뜻을 밝힌 적이 없다”며 “따라서 덕담 동영상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가 전한 안 원장의 ‘MBN 종편 축하메시지 전달’의 전말은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르다. 안 원장이 지난 10월 매일경제신문사가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했다가 행사가 끝나고 나올 때 매경쪽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요구해 마지못해 ‘덕담’ 차원에서 응했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당시는 종편이 큰 사회적 이슈가 아닐 때였다”며 “(안 원장이)잔칫집에 들렀다가 생일이라니까 축하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운영하는 종편 은 지난 1일 안 원장의 축하 메세지를 방송했다. 안 원장은 “MBN 종편 개국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많은 발전을 거듭해 시청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 바랍니다. 대중들과 함께하는 열린 방송을 만날 수 있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종편에는 안 원장의 축하 인터뷰가 없었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안 원장의 ’축하 메세지 인터뷰’가 논란이 됐다. 안 원장은 지난 9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종편은 2007년 신문이 방송을 소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언론법 국회 날치기 통과로 시작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온갖 편법과 특혜로 지난 1일 개국했다. 이들 종편은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보수 정권의 연장을 위한 권언복합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성을 반대한 안 원장이 종편의 출범과 개국을 축하할 경우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것이, 안 원장을 비판한 쪽의 주요 논리였다.
일부 종편의 개국 축하 인터뷰에 응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안 원장과 비슷한 이유로 ‘종편 축하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시장 쪽은 “종편 인터뷰에 응한 게 아니라 취임 이후 여러 신문들이 돌아가면서 인터뷰를 할 때 종편 방송사들이 방송용 카메라를 밀고 들어와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해명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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