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가 10월1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당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홍준표 대표로는 안된다…재창당 수준 바꿔야”
황우여·쇄신파에 뜻 전달…4년만에 당 전면에
황우여·쇄신파에 뜻 전달…4년만에 당 전면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이 재창당 수준으로 가야 하며, 홍준표 대표로는 안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이를 위해 본인이 직접 전면에 나설 뜻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은 2007년 8월 대선후보 경선 이후 4년여 만이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한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표가 홍 대표로는 안된다는 뜻을 쇄신파 의원에게 최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도 “박 전 대표가 이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이것은 100%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런 뜻을 황우여 원내대표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서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쇄신파 일부의 탈당 움직임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당내 흐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쇄신파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이날 오전 회견에서 비상대책위 구성과 홍준표 대표의 사퇴, 박 전 대표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뜻을 전함에 따라 수도권의 ㄱ, ㅈ 의원 등은 탈당 움직임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최고위원 등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지난 7일부터 대외 일정을 중단한 채 장고에 들어갔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결심의 큰 방향은 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쇄신 방향에 대해 당내 목소리가 다른 만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고심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부터 직접 맡는 방안, 비대위는 외부 인사에게 맡기고 창당 단계에서 나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전면 등판을 결심함에 따라 홍 대표의 퇴진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재창당위원회 구성 등 당 쇄신안을 발표하는 등 대표직을 수행할 뜻을 강하게 비쳤다.
그러나 당내 대부분의 세력들이 홍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지명직인 김장수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쇄신안을 논의할 9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앞으로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 3명의 사퇴에 이어 이들 3명이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할 경우 9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3명만 남게 돼 의결정족수 유지가 어렵고 지도부는 와해된다.
김종철 선임기자, 황준범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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