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임시 전국대의원대회가 열린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시민통합당과의 합당 및 한국노총 등과의 통합이 진통 끝에 의결되자 이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현장] 민주 ‘난장판 전당대회’
별안간 멱살이 잡혀 있었다. “찍지 마!” 하며 뛰어들던 50대 사내의 두 손이 기자의 점퍼를 거머쥐었다. 지난 11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를 취재하면서 일부 당원들의 드잡이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던 중이었다.
멱살을 잡은 남성의 얼굴은 익숙했다. 지난 8일 민주당 지역위원장 회의 몸싸움 과정에서 한 의원에게 귀를 뜯겼다고 주장하며 고함을 지르던 인물이었다. 당시 목을 타고 흐르는 핏줄기와 분노한 그의 표정은 영화에 등장한 ‘짝귀’란 이름의 배역을 연상케 했다.
그는 지난달 4일 지역위원장 회의에서도 회의 비공개 방침에 반발하며 “회의를 공개하라!”고 소리쳐 눈길을 끌었다. 지역위원장이 아닌 당원들은 나가달라는 데 대한 항의였다. 14일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와 23일 중앙위원회의에서도 같은 요구를 하며 소동을 부리다 퇴장당했다. 그는 지난달 14일에야 민주당에 입당한 평당원이었다.
11일 전당대회장에서도 그는 대의원들만 참석 자격이 있는 대의원대회장에 들어오겠다며 소란을 피웠다. 당 지도부는 각종 회의가 난항을 겪자 신분을 엄격히 확인해 입장시키려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한 60대 남성은 대의원증 교부처에서 신분증 확인 중단을 요구하며 20대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그는 2003년 9월4일 민주당 분당 사태에 앞서 당무회의장에 러닝셔츠 바람으로 등장해 회의를 훼방놓은 이후 이른바 ‘난닝구’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짝귀’와 ‘난닝구’는 결국 대의원증 없이 몇몇과 무리를 짓더니 대회장 진입을 시도했다. 출입 제한을 위해 체육관 출입구 한 곳만을 열어둔 터에, 입구를 지키던 당직자들은 이들 10명가량의 진입을 막다가 힘에 부쳐 아예 문을 걸어잠갔다. 이들이 물러선 뒤 문은 다시 열렸고, 당직자들과 경호업체 직원들이 입구에 두 줄로 늘어서서 일일이 대의원증을 확인했다. 결국 2시로 예정됐던 개회는 50분 늦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입장자 수가 줄어든 틈을 타 회의장 입구를 뚫고 행사장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전당대회 무효!”를 외치며 단상 및 지도부 쪽으로 통로를 확보하려 들어, 행사 내내 당직자들과 또다시 대치했다. 그 뒤에도 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행사장에 분뇨와 액젓을 뿌려 악취가 진동케 한 것도, 투표가 끝난 뒤 단상을 점거한 것도 이들이었다. 이들은 통합안 가결 발표를 무산시키려고 단상의 당직자들을 끌어내리며 머리채를 잡아당겼고, 주먹을 휘두르며 접이식 의자를 던지려 하기도 했다.
언론은 이들의 행동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방송 화면이나 신문 사진에 나온 건 눈에 띈 몇명이었다. ‘짝귀’와 ‘난닝구’ 외에, “우리 애들만 다치게 생겼어”라며 장갑을 끼던 ‘백발’과, 검정 코트를 펄럭이던 ‘흰 목도리’, 또는 단상 점거 때 “우리 애국가제”라며 노래를 불렀던 ‘목포의 눈물’ 등이 화면과 사진에 등장했다. 이날 행사가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 전당대회’가 된 데는 사실 이들의 ‘기여’가 컸던 셈이다.
이날 기자가 멱살을 잡힌 건 기껏해야 20초가량이었다. 전당대회 시작 전 당직자의 뺨을 때린 ‘난닝구’ 이씨가 끌려나오는 장면을 녹화하던 순간이었다. ‘짝귀’는 “너 뭐야? 기자야? 기자면 신분증 내봐!”라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당직자들이 그를 떼어냈지만 얼마 뒤 행패와 난동으로 전당대회 진행이 더뎌지자 아는 기자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가 오갔다. “아까 차라리 한 대 맞고 그 양반하고 같이 경찰에 끌려갔으면, 오늘 일찍 끝나지 않았을까?”
민주당은 전당대회장에서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린 이아무개씨를 13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한 사진 자료 등을 확보해 폭력을 휘두른 다른 인물들도 고발할 방침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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