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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북 ‘6·15 상징’ 정중 예우…김영남 통해 ‘메시지’ 전달

등록 2011-12-27 08:43

김정은, 조문단 직접 맞아
이희호·현정은씨에 사의 표시…‘조문외교’ 펼쳐
“공동선언·민족사업 등 김정일 유훈 관철 의지”
민간인 조문 제한한 남쪽 의식한 행동 분석도
북한이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쪽 조문단에 최고의 예우와 성의를 보였다.

무엇보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은 이희호 이사장 등 조문단 일행을 직접 만나 사의를 표함으로써 남쪽을 향한 적극적인 ‘조문외교’를 펼쳤다. 면담 자체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설명대로라면, 이 이사장 일행은 이날 길어야 10분 남짓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부위원장이 조문단을 만난 것은 상주로서 자연스런 예의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면담 자체가 극적인 의사 표명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가수반 격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쪽 조문단과 별도의 면담 일정을 잡은 것도 눈길을 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상징적인 만남을 했다면, 김영남 위원장은 좀더 구체적인 메시지로 채운 셈이다.

방북 당일 이뤄진 조문단의 오찬, 만찬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의 파격 대우만으로도 6·15 공동선언 등 기존 남북협력선언과 관련한 일종의 대남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희호 이사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고 현정은 회장이 금강산관광 파트너인 만큼, 김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서 정상간 공동선언과 민족사업의 파트너를 만난 것은 당연할뿐더러 유훈을 관철하는 의미가 있다”며 “기존 약속을 이어나가겠다는 간접적 메시지와 의지 표명”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지도자로서의 확고한 위상 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조문단 일행의 숙소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묵었던 백화원초대소를 내준 것도 ‘성의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 6·15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화원초대소로 찾아와 김 전 대통령과 환담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민간인 방북조문을 제한한 남쪽 당국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쪽 당국의 조문 통제를 ‘반인륜’으로 몰아붙이면서 직접 평양을 찾은 조문단의 대접에 성의를 보여, 이른바 ‘도덕적 우위’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이날도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남쪽 당국의 민간인 조문 제한을 비판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금 내외 분렬주의 세력의 도전으로 조국통일운동이 시련을 겪고 있지만 온 겨레는 6·15시대와 더불어 펼쳐진 감동의 화폭들을 되새겨보며 통일의지를 한껏 북돋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희호 이사장 일행은 이날 아침 8시20분께 경기도 파주 민통선 내 남측출입사무소(도라산)를 거쳐 방북하면서 “저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이사장을 수행한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은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갖고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순수한 조문”이라고 말을 아꼈다.

북쪽에서는 북한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이 북측 통행검사소에 미리 나와 민간 조문단 일행을 영접했다. 리 부위원장은 2009년 8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 면담을 위해 방북할 때도 영접했던 인사다. 리 부위원장은 최근까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로 현대 쪽과 협상을 벌이는 등 남쪽에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이희호 이사장 쪽 방문단은 이 이사장과 아들 홍업·홍걸씨, 큰며느리, 장손 등 김 전 대통령 유족 5명, 수행원과 주치의, 경호관 등 8명으로 이뤄졌고, 현 회장 쪽은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 김영현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상무) 등 현대아산·현대그룹 임직원 4명이 수행했다. 이희호 이사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금강산관광을 위해 방북한 경험이 있다. 현 회장은 2009년 8월 묘향산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강추위가 몰아친 이날 이 이사장과 현 회장 일행의 방북길에는 외신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현 회장 쪽은 27일 아침 8시 바로 서울을 향하며, 이희호 이사장 쪽 일행은 개성공단을 둘러본 뒤 오후 돌아올 예정이다.

파주/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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