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의원 소환 안팎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은 11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친 뒤 9일 새벽 0시55분께 검찰청사를 나섰다. 고 의원은 ‘2008년 전당대회 때 경험한 일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네. 그건 확인해드리겠다”고 답했다. 돈봉투 살포의 주인공이 당시 대표로 선출됐던 박희태 국회의장임을 에둘러 시인한 셈이다. 고 의원은 “오늘 진술조서가 67쪽에 달할 정도로 이 사건과 관련해 상세하게 진술했다. 이번 일이 한국정치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제 입장을 금명간 국회에서 말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8일 오후 1시50분께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청사에 나온 고 의원은 “(신문에 기고했던) 제 칼럼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특정인을 지목해 형사문제화할 의도는 아니었다. 지금 진행 상황이 당혹스럽다”며 자신의 ‘폭로’가 정치적 의도에서 계획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당내에서 친이계를 겨냥한 포석이 아니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 의원은 이날 검찰 조사실로 향하면서, 또다시 ‘돈봉투 전당대회’가 열리면 안 된다는 우려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칼럼을 쓴 시점이 비상대책위에서 재창당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때였다. 일부 쇄신파는 재창당이 옳다고 주장했지만,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한다면 줄세우기·편가르기 등의 문제가 반복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상태로 전당대회를 하면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고 전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그 시점에서 (돈봉투 받은 경험을 담은 칼럼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전당대회 당시 고 의원이 받았다는 돈봉투는 한 남자가 고 의원실 여비서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며칠 전 어떤 남자가 의원실로 들어와 들고 있던 서류봉투 몇 개 가운데 하나를 여비서에서 전해주고 갔는데, 전당대회가 끝난 뒤 서류봉투를 열어보니 흰 편지봉투 3개에 각각 현금 100만원씩, 모두 300만원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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