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왼쪽)·조갑제(오른쪽)
전여옥·조갑제 등 당안팎 비난 고조
한나라당의 새 이름인 새누리당을 놓고 누리꾼들의 패러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당의 이념과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전여옥 의원은 3일 자신의 트위터(@okstepup)에 “새누리당으로 무엇을 하는 정치인지, 무엇을 지향하는 정당인지 알 수 있을까”라며 “무슨 새 세상인지, 무엇이 새 세상인지, 명분도 철학도 고민도 없는 이름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지호 의원도 이날 아침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나라당에 가치집단이었어야 하는데 이익집단이 돼서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며 “가치지향적인 이름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핵심적인 가치는 빠져 있어서 아쉽다”고 밝혔다.
보수논객 조갑제씨는 누리집에 ‘메뚜기당? 최악의 개명 새누리당’이라는 글을 올려 “유치원 이름으로는 괜찮지만. 당명은 심사숙고해 만들어야지 위장폐업-신장개업하듯이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비난했다. 조씨는 “이념 전장인 한반도에서 이념전쟁을 수행해야 할 정당은 지향하는 가치를 당명에 담아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무슨 이념을 담는가? 알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엉터리 개명으로 수백만 표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도 전날 의원총회 개최를 주장하는 등 새당명에 크게 반발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이란 이름에 전혀 가치와 정체성이 담겨 있지 않다. 한나라당이란 이름보다 못한 것으로 당명을 바꾼 비대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런 중요한 문제는 반드시 의총을 열어 의원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는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확정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트위터(@GH_PARK)에 “‘새누리당’의 ‘새’는 새로움,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함께 열어 가자는 뜻”이라며 “우리가 꿈과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많이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애초 비대위에서는 새누리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적잖았지만 당명 개정을 주도한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이 몇 차례에 걸쳐 설명하며 비대위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처음부터 익숙한 당명은 진부한 당명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무슨 이름을 찾아냈더라도 희화화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무총장은 당명 확정 일정과 관련해 “당명을 바꾸는 것이 당헌을 바꾸는 것이라서 전국위원회에서 의결해야 할 사항”이라며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거의 그렇게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누리꾼들 사이에선 한나라당이 국민공모를 통해 당명을 확정하기 전에 새누리당으로 사실상 내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당명 국민 공모를 1월 29일 오후 6시에 마감하기로 했으나 이미 28일 ‘새누리당 도메인’(saenuridang.or.kr)이 도메인 등록업체에 미리 등록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누리꾼들은 “허울뿐인 국민 이벤트를 거쳐 당명을 짓기 위한 정치쇼를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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