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예비후보들 “공정한 경선기회 박탈”
민주통합당의 공천 갈등이 ‘지역구 15% 여성 공천’을 의무화한 당규 조항을 두고 가장 먼저 불붙었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는 여성 예비후보들과 ‘남성들의 경선 참여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역차별’이라는 남성 예비후보들 사이의 ‘성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와 당무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오는 4·11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을 15%로 의무화한 당규를 확정했다. ‘공직선거 후보에 여성을 30% 이상 포함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는 기존 당헌에 견줘 목표로 삼은 여성 공천 비율은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를 당이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강제조항으로 격상시킨 것이어서 실제 공천에 끼치는 영향력은 비할 수 없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새 당규를 지키려면 전국의 지역구 245곳 가운데 15%인 37개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여성을 공천해야 한다. 그런데 7일 현재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여성은 전국을 통틀어 37개 지역 39명(2곳은 여성 복수 등록)에 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내에선 앞으로 여성 예비후보 등록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여성 후보들은 거의 모두 경쟁 없이 공천을 받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한 남성 당직자는 “설사 몇십명 여성 예비후보가 더 늘어난들 남성들에 비해선 너무도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고 뛰는 셈”이라며 “15% 강제할당 조항이 참 무시무시하다”고 말했다.
여성 예비후보가 몰려 있는 서울 등 수도권의 남성 예비후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절박한 위기감을 토로하고 나섰다. 서울의 경우 48개 지역구 가운데 현재까지 15곳에서 17명의 여성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지역구 현역인 이미경·박영선 의원과 출마가 예상되는 고 김근태 고문의 부인 인재근씨를 포함하면 20곳에 이를 전망이다. 은평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최창환 예비후보는 “전국적으로 15% 비율을 맞추려면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절반 가까이 지역에서 여성들이 전원 공천돼야만 한다”며 “뼈빠지게 바닥을 뛰어온 남성 예비후보들은 공정한 경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은평을 지역엔 여성 예비후보 2명이 등록한 상태다.
이날 최 예비후보는 윤진호(서울 성북갑)·정경환(서울 영등포을)·정청래(서울 마포을)·김두수(고양 일산서구)·정재호(고양 일산동구) 예비후보 등 여성과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지역구의 남성 예비후보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15% 의무 공천’의 재론을 한명숙 대표에게 요구했다. 이들은 8일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국회 당대표실을 찾아 공식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남성 예비후보들이 여성 의무 공천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여성 의무 공천 규정이 남성들의 경선 참여를 원천봉쇄함으로써 불필요한 당내 분란을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정재호 예비후보는 “이미 지역구마다 여성 예비후보들은 ‘경선이 필요없다. 우리가 된다’고 말하고 다닌다”며 “적어도 함께 뛰어볼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 의무 공천 규정이 여성 신인의 정치 참여 확대가 아니라 전·현직 여성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정청래 예비후보는 “지금 등록한 여성 예비후보 39명 대부분이 기존 정치인으로, 비례대표 수혜를 이미 받은 분들”이라며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기성 정치인들이 특혜를 받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이중특혜라는 지적도 있다. 영등포갑 임재훈 예비후보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이미 ‘여성 신인 15% 가산점 제도’까지 마련하고 있는 판에 15% 의무 공천까지 주겠다는 건 과잉 아니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여성 공천 의무화를 제기해온 쪽에선 ‘여성 정치 참여 확대’는 당 혁신의 상징적 과제인 만큼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다. 남윤인순 최고위원은 “기존 당헌은 아무 구속력이 없어 18대 총선 때도 여성 공천율은 7.5%에 불과했다”며 “지금의 논란은 새로운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진통”이라고 말했다.
지도부는 논란 확대를 막기 위해선 여성 후보군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유승희 여성위원장은 “우리가 우선 할 일은 출마자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본선 경쟁력이 충분한 여성에게는 공천을 빨리 해줘야 하며, 국민경선으로 (15% 달성에) 모자라는 부분은 전략공천으로 채워넣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지도부도 본선 경쟁력을 최우선에 둘 수밖에 없는 만큼 마지막까지 15% 규정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명숙 대표의 한 측근은 “의무 비율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상황에 따라선 당무회의를 다시 열어 의무 규정을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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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는 논란 확대를 막기 위해선 여성 후보군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유승희 여성위원장은 “우리가 우선 할 일은 출마자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본선 경쟁력이 충분한 여성에게는 공천을 빨리 해줘야 하며, 국민경선으로 (15% 달성에) 모자라는 부분은 전략공천으로 채워넣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지도부도 본선 경쟁력을 최우선에 둘 수밖에 없는 만큼 마지막까지 15% 규정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명숙 대표의 한 측근은 “의무 비율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상황에 따라선 당무회의를 다시 열어 의무 규정을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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