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보좌관 고명진(41)씨가 진술을 번복해 윗선 개입 사실을 밝히면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의장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진술까지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확대되고 있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고 전 보좌관으로부터 “박 의장이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말라’라고 종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조선일보>가 10일 보도했다. 고승덕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 돈봉투를 돌려받은 고씨는 지난 7일까지 3차례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고씨는 또 검찰에서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알리자 김효재 당시 캠프 상황실장(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그것을 돌려받으면 어떡하느냐’며 화를 버럭 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고 전 보좌관이 검찰 조사에서 “돌려받은 돈 봉투를 박 의장의 최측근인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정민 수석비서관은 이날 새벽까지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고 돌아갔다. 김효재 수석도 곧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돈봉투 살포를 실행한 이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 윗선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박 의장은 9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국회의장직을 사퇴한 바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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