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왼쪽)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원내대표가 메모하는 것을 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공천심사위 통과 못할수도
“중도 솎아내려는 의도” 반발
“중도 솎아내려는 의도” 반발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다선의 관료 출신 의원들이 좌불안석이다. 심사 배점이 지난 총선에 비해 높아진 ‘정체성’ 항목 때문에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단계를 넘지 못한 채 아예 경선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의 김진표 원내대표와 호남의 강봉균·최인기 의원 등의 이름이 주로 거론된다.
당내에서 ‘중진 관료 배제론’이 유통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나 공천심사위원 일부가 심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이들의 지역구나 실명을 언급한다. ‘비보도’를 전제로 얘기하지만 꼭 비보도를 원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최근 “모바일 투표로 공천권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공천 혁명’은 젊은 유권자가 많고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서는 작동하지만 노년층이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국민경선이 조직동원으로 흐를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심위 단계에서 거를 필요가 있다”며 최인기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화순·나주를 예로 들었다. 당직자들이 정체성 항목의 배점을 올린 배경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강봉균 의원이다.
공심위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경향신문>이 20일 민주당 공심위가 김진표 원내대표의 불출마를 지도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하자 “강철규 공심위원장이 ‘논의한 적이 없고 지도부에 요청한 적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했다. (이런 일은) 공심위가 결정하면 되지 지도부에 요청할 일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도부의 뜻을 내비치되 공식적으로는 부인하는 형식인데, 당사자들의 ‘결단’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김 원내대표 쪽은 “김진표로 대표되는 이른바 중도 성향의 의원들이 민주당에서 30명에서 45명 정도 되는데 이들 중 상당 부분을 솎아내기 위한, 특정 세력을 대변하고 있는 의도적인 논쟁으로 본다. 김진표 원내대표 같은 수도권 중진을 포용하지 못하는 정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봉균 의원은 “당론 바깥의 주장을 한 적이 없다”며 “관료 출신은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관, 선명성을 기준으로 편가르기 하는 행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최인기 의원 쪽도 “관료 출신 의원들은 정책을 논할 때 실현 가능성과 예산, 그리고 대안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말만 앞서는 정치인들에 비해 보수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서민과 약자를 위해, 당을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일해왔다”고 항변했다. 2004년 총선 이후 단독 과반수를 점했던 열린우리당 내에서 벌어졌던 정체성 논쟁이 공천심사 단계에서 불거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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