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시민 마음 얻는데 부족했어요, 미안해요”

등록 2012-04-13 20:13수정 2012-04-18 11:09

선거운동원과 기념촬영한 김경수 후보. 김해/박승화 한겨레21기자
선거운동원과 기념촬영한 김경수 후보. 김해/박승화 한겨레21기자
[토요판] 김해을 낙선 김경수씨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에서
이기겠단 약속 못지켰지만
원칙대로 한다는 말 지켰으니
잘했다고 하시지 않을까요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서 김경수 후보를 만났을 때 조금 놀랐다. 지난해 말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봤을 때보다 몰라보게 야위었다. 눈가엔 피로의 상징 ‘다크서클’이 깔렸고, 목도 쉬어 있었다. 치열했던 김해을 선거전의 후유증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듯 보였다.

그런 몸으로 그는 전날부터 유세차량을 타고 ‘낙선인사’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김해시민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쓴 펼침막도 곳곳에 내걸었다. 이번에 졌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 다시 총선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부족함을 채워가야지요.”

김 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연설기획비서관을 했고,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을 김해 봉하마을에서 보좌했다. 그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 출마를 선언한 것은 지난 1월1일이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직접 쓴 편지를 읽었다. “가르쳐주신 대로, 배운 대로 하겠다”며 “대통령님의 고향에서 꼭 민주세력의 당선을 이루고 다시 인사드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결과는 4.2%포인트 차 패배였다. 부산·울산·경남 ‘낙동강벨트’에서 지역주의에 맞서 야당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의 한 기둥이 꺾였다. 그는 “안타깝고 미안하다. 대통령님께도 면목이 없다”고 했다. 낙선 확정 땐 비교적 담담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12일 낙선인사를 하다가 기어코 울먹였다고 했다. “지지해주신 주민분들이 울면서 저더러 ‘힘내라’고 하는데, 미안한 맘이 북받쳐서…. 그 뒤론 내내 울면서 인사했어요.”

떨어진 게 왜 그토록 안타깝고 미안하냐고 물었다. “대통령님 고향이니까 무조건 절 찍어달라고 한 게 아닙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김해가 일조하는 결과를 바란 건데, 그걸 이루지 못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실패 원인은 무엇이라고 진단하고 있을까? 그는 “선거는 결국 시민의 마음을 얻는 승부인데, 시민의 마음을 다 헤아리는 데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해 보궐선거 당선 이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김해을에 머물며 바닥을 다졌다. 선거 기간엔 동과 면 단위로 구체적인 지역 공약을 내걸고 ‘지역발전을 이룰 인물’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저는 국회의원은 지역개발 공약을 책임지기보다는 지역개발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는 사람이라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책임질 수 없는 공약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으나,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원칙과 현실을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김해지역의 민주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어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봅니다. 이 기반을 추슬러서 김해을에 뿌리를 내리고 시민참여 정치를 지역에서 실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힘을 쏟으려 해요.” 그는 “내일 오후쯤 대통령님 묘역에 가서 인사를 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배운 대로 했습니다.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합니다’라고 할 겁니다. 아마 ‘고생했다. 원칙을 지킨 건 잘했다’고 하시지 않을까요.”

김해/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자살학생 마지막 문자는 “장례식 오면 가만안둬”
이건희 “한푼도 못 줘…고소하면 고소하고 헌재까지 갈것”
“안철수 입장 빨리 밝혀라”…‘안달복달’ 새누리
새누리, 승자의 변심…김형태·문대성 처리 유보
‘성추행 정직 6개월’ 피디가 MBC 마감뉴스 맡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