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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안철수의 길 어디로…

등록 2012-04-17 20:01

안철수쪽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 조언 구하고 숙고”
“제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다는 생각 변함없어” 경북대 강연서 밝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4·11 총선 이후 공식적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정치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연말 대선을 위해 당 정비에 들어간 여야가 안 원장의 거취를 핵심 변수로 보면서 한마디씩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강조점은 다르다. 안 원장이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일치한다. 올 대선 선거일은 12월19일이고, 예비후보자 등록은 240일일 전인 오는 23일부터 가능하다.

안 원장은 17일 고민의 한 단락을 내비쳤다. 안 원장 쪽은 이날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일부 사실도 있지만 추측이나 과장이 많다는 점을 안철수 원장이 우려하는 것 같다. 실제 많은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여러분의 조언을 얻는 것은 사실이고,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숙고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 3월 서울대 강연 이후 몇 차례 강연에서 안 원장이 자신의 언어로 밝혔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전날 <중앙일보> 보도(안철수, “대선 출마 마음 굳혔다”)에 대한 공식 입장이 만 하루 뒤에 나온 셈이다. 전날 안 원장의 주변 인사들이 “평소 안 원장의 어법과 다른 것으로 미뤄볼 때 사실과 다른 ‘짜깁기’ 기사 같다”고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주어’가 안 원장이고, 그와 상의한 뒤에 내놓은 입장이라는 점이다.

안 원장은 지난 27일 서울대 강연에서 “(정치에) 참여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그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아직 그 전제를 거둔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안 원장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정치권은 그의 결심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이 적극적이다. 17일엔 그를 제3의 대선주자로 상정을 하고 어떻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은 “500만 명 이상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하는 100%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민주당의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2년처럼 비과학적인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정세균 전 대표는 “안철수 원장이 국민적인 신망도 있고 인지도와 지지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자기 세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며 안 원장의 민주당 경선 참여를 주장했다.

시기 선택만 남은 것으로 보이는 안철수 원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시민들이 여야가 아닌 제3의 정치세력을 열망했던 흐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가까이는 지난해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고, 200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문국현 창조한국당 전 대표도 있다. 박 시장은 민주당 경선을 통과한 후보와 2차 단일화 경선에서 이겨 승리했고, 문 전 대표는 야권 지지자들의 단일화 요구를 거부한 채 독자적으로 완주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안 원장은 박원순의 길을 갈 수도 있고, 문국현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정치권 외곽에서 결정을 미루다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기도 했던 고건 전 총리는 여야 양쪽의 영입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로 유력한 대선주자였으나 2007년 1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평론가 이철희씨는 “(안 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고건 전 총리 케이스”라며 “야권의 유력 후보로 달리다가 포기하는 바람에 지지층 상당수가 한나라당으로 가거나 흩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새로운 안철수의 길’을 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 원장은 지난 4일 경북대 강연에서 “창당했으면 나름대로 확보를 많이 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렇게 안 한 이유는 사회 발전에 도구로 쓰이겠다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저한테 주어진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의 길은, 그가 결심을 하고 열어가는 길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주어지는 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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