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경북 포항남구·울릉군)가 지난 11일 경북 포항 남구 대도동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유력해지자 부인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포항/뉴스1
포항시민들 김형태 탈당해도 “의원직 물러나야” 격앙
선거 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당선 뒤 지역 쟁점 돼
“쓰레기 공천해놓고 탈당시키면 쓰레기는 누가 치우냐”
선거 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당선 뒤 지역 쟁점 돼
“쓰레기 공천해놓고 탈당시키면 쓰레기는 누가 치우냐”
제수(동생의 아내)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태 국회의원 당선자가 18일 새누리당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성추문 사실을 뒤늦게 접한 지역구 유권자들(경북 포항시 남구 울릉군)은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당선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더 이상 누를 끼칠 수 없어 탈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당선자는 “성추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법당국의 조사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당선자가 스스로 탈당한 것은 성추문 관련 녹취 파일 음성이 김 당선자의 것으로 밝혀지는 등 관련 의혹을 부인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구 시민단체들은 출당이 아니라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순옥)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제수(동생부인) 성추행’ 의혹 등 도덕적으로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국회의원이 된 김형태 당선자의 뻔뻔스러움과 인면수심 행동에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스스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엄청난 파문을 침묵으로 일관했던 점에 대해 여성단체협의회 스스로 반성한다”며 “이 사건 때문에 포항시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선거 전인 9일 김 당선자 제수씨인 최아무개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성폭행 관련 사실을 폭로한 뒤 포항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제수씨를 성폭행한 김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성명서를 낸 바 있다.
그렇다면 포항 유권자들은 김 당선자의 성추행 의혹을 알고도 찍은 것일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제수씨 성폭행 논란이 선거 전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고, 뒤늦게 관련 보도가 나오고 정치 쟁점화되면서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태 당선자의 성추문 의혹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것은 김 당선자의 제수인 최아무개씨가 기자회견을 한 8일이었고, ‘<한겨레> 인터넷판 등 일부 매체만이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집중 보도했을 뿐, 거의 모든 언론사가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사람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에 대해 창피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탈당이 아니라 보궐선거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포항시민 오아무개(45·포항시 북구 양덕동)씨는 18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포항시민으로서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난다. 이웃들끼리 만나면 그 이야기로 시끄럽다. 감정이 매우 격하다”며 “포항에서는 ‘제수는 성추행해도 된다’는 오해를 받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진식(40·포항시 남구 오천읍)씨도 “최근에 인터넷에서 녹취 파일을 듣고 확신하게 되었다”며 “이건 쓰레기고 패륜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정숙 포항여성회 회장은 “선거가 끝나고 뒤늦게 신문이나 방송들이 보도를 하고, 새누리당에서도 논란이 되니까 주민들이 알기 시작했다”며 “우리 사무실에도 ‘왜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느냐’는 전화가 오고, 주변 사람들끼리 모이면 부끄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윤 회장은 “성추행 논란이 불과 선거 2~3일전에 불거졌고, 최씨 기자회견 뒤 김 당선자가 곧바로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한 상황이어서 지역 유권자들이 ‘흑색선전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지역 언론도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선거막판 흑색선전이라는 식으로 보도했고, 인터넷언론이나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에서만 활발하게 알려져 지역에 사는 나이 든 분들이 그런 소식을 접할 수 없지 않았겠느냐”며 “유권자 대부분이 잘 모르고 찍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씨도 “선거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도 선거가 워낙 흑색선전도 많고, 새누리당이 설마 그런 파렴치한 사람을 공천을 했겠느냐고 생각해 새누리당을 믿고 찍어줬을 것”이라며 “그런 결격사유가 있으면서 후보로 나선 사람뿐 아니라 그런 사람을 공천한 새누리당에도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오씨는 “탈당이 능사가 아니라 새누리당과 당선자는 포항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김형태 당선자도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없는 만큼 스스로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포항 사람들이 김형태 보고 찍은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보고 찍은 것”이라며 “쓰레기를 공천해놓고 탈당을 시켜 자기들만 빠져나가면 쓰레기는 누가 치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침귀 사무국장은 “포항지역 시민단체들뿐 아니라 중앙의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들과 연대해 김 당선자가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나도록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인면수심의 친족성폭력을 저지르고도 사과는커녕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김형태 국회의원 당선자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분노한다”며 이날 ‘김형태 제명안’ 국회 청원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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