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보도 위법성에 초점
‘대상’ 수사팀 감찰 않기로
‘대상’ 수사팀 감찰 않기로
김종빈 검찰총장이 26일 삼성의 불법 로비 의혹을 담은 도청테이프(엑스파일)를 보도한 행위의 위법성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참여연대가 고발한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공안부에 배당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삼성의 불법로비 행위라는 사건의 실체보다는 안기부 불법 도청과 보도 행위의 위법성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26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엑스파일 유포 행위는 아직 시효가 남아있다”며 “수사가 이루어진다면 모든 부분을 다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포 행위에 언론 보도도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안2부(부장 서창희)에 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기부와 관련된 사건이라 공안부에 배당했으며, 특수부 검사 2명이 추가 투입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수부 검사를 공안부에 파견한 것은, 검찰이 이 사건의 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동안 ‘시효가 남지 않아서’ ‘불법으로 수집된 단서여서’라는 이유 등으로 시민단체가 고발한 내용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검찰이, 언론 보도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고발도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장유식 변호사는 “언론 보도의 위법성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형식적으로야 맞는 얘기일 수 있지만, 국민들이 재벌과 검찰의 유착 관계에 관심 가지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불법 도청과 그 보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적절한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의 수사 방향이 삼성이 바라는 것과 일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에서 “이번 수사의 주체로 공안부를 지정한 것은 삼성그룹 불법 로비자금 제공 부분을 무시하거나 물타기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대상그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1차 수사팀에 대한 감찰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대검은 감찰부, 중앙수사부, 공판송무부 세 부서에서 1만2천여쪽에 이르는 수사기록 검토를 통해 “임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1차 수사팀의 주임검사 의견이 부장·차장검사 등과의 ‘협의’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밝혀냈다. 그러나 바뀐 수사팀이 임 회장을 참고인 중지 처분한 것은 △지휘부와의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거친 것이고 △상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지시로 인한 비위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감찰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번 감찰 예비조사 과정을 통해 1차 수사팀의 주임검사였던 평검사 2명을 대면 조사했으며, 당시 차장·부장검사들의 의견은 전화로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던 정진규 변호사와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실무 수사진들이 ‘상부의 외압은 없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조사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문효남 대검 감찰부장은 “사건 처리가 다소 매끄럽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증거판단 문제이기 때문에 징계사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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