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상임고문(왼쪽) 박지원 최고위원(오른쪽)
친노-비노 ‘탈계파’ 내세워…역할분담해 출마키로
“대선주자까지 정하려는 것” 반발…후폭풍 거셀듯
“대선주자까지 정하려는 것” 반발…후폭풍 거셀듯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는 민주통합당에서 친노무현계를 대표하는 이해찬 상임고문과 비노무현계의 대표주자인 박지원 최고위원이 각각 대표와 원내대표를 맡기로 했다. 두 사람은 25일 두 차례 만나 “친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로 나누어 다투지 말고 투톱체제로 가자”며 이렇게 합의했다고 양쪽이 밝혔다.
당대표 출마를 공언해왔던 박지원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어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만났고 오늘 아침에 이해찬 전 총리를 만났다”며 “이 전 총리가 ‘친노, 비노 가르지 말고 정권교체를 위해 당신과 내가 투톱체제로 가자’며 원내대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선자 분포상 두 의원이 ‘투톱체제’에 합의할 경우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고문은 최근 당대표 출마 결심을 굳힌 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대선후보-당대표-원내대표를 하나의 전략적 묶음으로 가야 한다며, ‘문재인 후보(부산)-이해찬 대표(충청)-호남 출신 원내대표’를 주장해왔다. 결과적으로 이 고문의 대표 경쟁자였던 박 의원이 ‘호남 출신 원내대표’ 자리를 메우는 정치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그동안 당내에선 손학규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비노진영의 두 축으로 연대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당내 반응은 엇갈린다. 이 고문과 박 의원 쪽은 “대선 승리를 위한 최상의 총력전 체제”, “김대중과 노무현의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큰손들의 담합’으로 보는 싸늘한 시각도 있다.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직접선거로, 당대표 선거는 당원과 대의원들의 선거로 뽑게 돼 있는데 당내 ‘대주주’들이 담합해 선택권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5월4일 원내대표 선거와 6월9일 전당대회를 향해 뛰고 있는 후보들은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의원은 “좋게 보면 총력체제이고 나쁘게 보면 담합인데 두 분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 분들의 의견을 더 듣겠지만 예정대로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중인 유인태 의원 쪽도 “이건 분명한 담합”이라고 반발했다.
‘이해찬-박지원 투톱 합의’는 사실상 원내대표와 당대표는 물론, 민주당 대선주자까지 나눠가지려는 의도라는 반발도 나온다.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관리하고, 당대표는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이해찬 고문과 박지원 의원이 손잡았다는 것은 원내대표와 당대표뿐만 아니라 대선주자까지 미리 정하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담합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이 이 고문을 만나기에 앞서 문재인 고문을 만났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재인 고문을 제외한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해찬 고문 쪽은 ‘탈계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이 고문 쪽 관계자는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노와 비노, 호남과 비호남, 디제이와 노무현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구도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두 사람이 교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 내의 김대중 세력, 노무현 세력, 한국노총 그리고 시민단체 등 4개 세력이 균형있게 참여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고문 쪽 당선자들은 26일 박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분위기를 ‘이·박 투톱체제’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는 수도권 의원들이 모임을 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내 개혁적 의원들이 모인 진보개혁모임과 10여명의 전문직 출신 의원들이 모인 ‘여사’(여민동락 결사체)는 26일 모임을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비교적 계파색이 엷은 두 모임에서 나오는 평가가 ‘이해찬·박지원 투톱체제’에 대한 당내 여론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보협 석진환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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