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왼쪽부터), 문재인 상임고문, 이해찬 상임고문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공약실천특별위원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립구도 안깨면 대선 힘들어
각 세력 연대위한 역할론 결론
원로·의원들 접촉, 분위기 조성
문재인도 친노·비노연대 동의
각 세력 연대위한 역할론 결론
원로·의원들 접촉, 분위기 조성
문재인도 친노·비노연대 동의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의 ‘역할분담 합의’의 틀을 만든 것은 이해찬 고문이다. 양쪽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박 합의’를 먼저 제안한 쪽은 이 고문이었다. 이 고문은 당의 총선 패배 뒤 크게 두 가지를 깊게 고민했다고 한다. 먼저 친노와 비노, 호남과 비호남, 김대중과 노무현의 당내 대립 구도를 깨지 않고서는 대선 승리도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선 호남과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을 대표하는 김 최고위원과 친노를 대표하는 이 고문이 역할 분담을 통해 연대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또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당 지도체제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이-박 역할분담’을 활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의 한 참모는 “예를 들면 사무처 당직자 한 명 임명하는 일도 대표와 최고위원이 일일이 합의해야 하는 현재의 ‘합의성 집단지도체제’로는 대선 선거운동을 지휘하기 어렵다는 게 이 고문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력한 당 대표 경쟁자로 꼽혀온 박 최고위원은 대표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단일성 지도체제’로의 개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고문이 박 최고위원을 원내대표로 밀 경우, 지도체제 개편에도 동력이 실릴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 고문은 ‘이-박 회동’ 사흘 전부터 당의 원로들과 의원들을 따로 또는 몇 명씩 만나 이런 구상을 제시하고 의견을 들었다. 한 참모는 “김원기·권노갑 고문 등 원로들이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박지원 최고위원에게 ‘이번엔 둘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30여명에 이르는 의원들도 대부분 ‘좋은 생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의견 수렴 뒤 이 고문이 박 최고위원에게 회동을 제의한 것은 지난 24일 저녁이다.
이해찬-박지원 두 사람은 25일 오전과 오후에 만났다. 오전에는 이해찬 고문의 제안이 있었고, 오후에는 박지원 최고위원의 수락이 있었다. 오전 회동 뒤 이 고문은 시민사회 원로 모임인 ‘원탁회의’와 점심을 함께하며 이 사안을 설명했다. 상당수 참가자는 박 최고위원에게 합의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이날 회동 중 박 최고위원은 “박지원 당 대표-이해찬 원내대표는 어떠냐”고 했고, 이해찬 고문이 “최다선인 6선 원내대표는 전례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 최고위원은 회동 제의를 수락하기에 앞서, 24일 문재인 고문을 만나 의견을 물었다. 문 고문의 한 참모는 “우리가 먼저 보자고 한 것도 아니고, (박 최고위원을) 만나서 여러 얘기를 하던 중에 이 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문 고문의) 개인적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친노 대 비노 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고문이 이런 의견을 개진한 것과 관련해 당내에선 비판론도 있다. 원내대표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은 “특정 대통령후보가 관여한 담합”이라며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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