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남지사. <한겨레> 자료
김 지사, 4일 정치개혁모임 초청 강연회에서 밝혀
당내 안철수 원장 무비판적 대선후보 옹립 분위기 비판
6월 중순 이후 대선출마 선언할듯…지사직 사퇴 가능성
당내 안철수 원장 무비판적 대선후보 옹립 분위기 비판
6월 중순 이후 대선출마 선언할듯…지사직 사퇴 가능성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선행보를 한발짝 더 내딛었다. 김 지사는 4일 아침 민주통합당 정치개혁모임 초청으로 국회 귀빈식당에서 짧은 강연과 간담회를 했다. 정치개혁모임은 이석현, 원혜영, 설훈, 백재현, 이윤석 의원 등이 만든 모임이다.
김 지사는 미리 준비해 온 ‘발표문’을 보고 기조연설을 했는데 대선 예비주자로서 야권의 집권전략과 미래비전, 새시대 리더십, 정치발전 과제 등을 빠짐없이 언급했다. 특히 민주당도 자기 당을 좋은 당으로 만들고 좋은 후보를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대선 때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며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서 모내기 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내가 농사를 지었으면 잘 지었을 것’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유명하고 지지율이 높다고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그런 정치는 안된다.”
김 지사의 발언은 맥락으로 미루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그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당내 기류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작 김 지사 본인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김 지사는 “정책과 미래 비전으로 평가받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정치를 준비한 사람, 국민 속에서 정치를 익힌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맞다. 이것이 정상적인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새시대의 리더십에 대해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혁명은 이익을 독점하는 것이지만, 개혁과 혁신은 이익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개혁과 혁신으로 한국사회를 발전시키려면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몇 가지 분야도 제시했다. 세계 최장인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비정규직 해결, 최저임금 인상, 청년실업 해결 등의 과제는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정치적 리더십의 요건으로 제시한 ‘조정’과 ‘통합’은 바로 김 지사 자신이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덕목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과 연대에 성공해 경남지사에 당선됐고 이후 도정을 이끌면서도 조정과 통합의 역량을 잘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언론 정상화, 언론개혁을 강조했는데, 특히 방송 정상화 문제는 박근혜 위원장이 해결하라고 압박을 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박 위원장이 방송사 파업을 정상화시키고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는 한 박 위원장이 말하는 쇄신과 변화는 눈속임에 불과할 것”이라며 “만약 박 위원장 역시 이명박 대통령처럼 언론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든다면 아버지에 이어 또다시 독재를 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지사는 19대 국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해서 대통령 1인에게 몰려있는 권력을 분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의원들은 대선출마 선언 시기와 지사직 사퇴 여부를 물었했다. 김 지사는 시기에 대해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경남 시군 순방이 예정되어 있어 도민들의 여론을 듣고 나서 결정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김문수 경기지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고 밝혀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할 경우 지사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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