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영위 팽팽한 신경전
4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의 전국운영위원회는 회의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 대표단(공동대표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호)이 비례대표 후보 선거에서 불거진 부실관리와 부정투표에 대한 향후 대책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날 공개된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문을 놓고 부정선거를 했다고 지목된 당사자나 지역위원회 관련자들이 몰려들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시종일관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50명이 참석한 운영위는 시작되자마자 날카롭게 대립했다. 이정희 대표 등 당권파는 진상조사위의 공정성,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유시민·심상정·조준호 대표의 비당권파는 대표단 사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맞섰다. 애초 안건이었던 중앙위원회 안건 채택의 건과, 당 특별위원회 구성 안건 등은 뒤로 미뤄졌고 처음부터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채택의 건으로 공방이 이어졌다. 당권파 쪽 운영위원들은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열거해가며 “진상조사위가 지역에 전화 한 통 안 했다. 확인도 안 해보고 휴가까지 내가며 선거관리를 맡느라 고생한 당직자들의 명예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조준호 조사위원장은 “시간이 부족했지만, 조사위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충분히 확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참여당 출신 등 비당권파 운영위원들과 당원들은 이날 이정희 대표가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자 “큰일이다. 당이 깨질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운영위원이 아닌 당원들이 회의장에서 항의하는 등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의장인 이정희 대표가 정회를 선언하는 등 진통도 겪었다.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는 운영위원이 아닌 당원들을 회의장에서 모두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특히 유 대표는 이 대표의 회의 운영방식에 항의하며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며 큰 소리로 항의하는 등 회의 내내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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