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비대위원이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삭제한 문재인 고문의 패러디 만화.
‘삼국지 패러디’…만화 속 손수조 “재인의 목 베겠다”
논란 일자 삭제…“미처 확인 못했다 문 고문께 사과”
논란 일자 삭제…“미처 확인 못했다 문 고문께 사과”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목을 벤 인터넷 만화를 올린 것에 대해 8일 문 고문에게 사과했다. 이 위원이 7일 이 만화를 올린 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는 비난여론이 빗발쳤고, 이 위원은 곧바로 이를 삭제한 뒤 사과글을 올렸다.
이 위원은 7일 페이스북에 일본작가가 그린 만화 <삼국지>를 패러디한 인터넷 만화가 연결된 주소를 올렸다. 원본 만화의 내용은 조조에 붙잡혀 있던 관우가 조조의 지시로 전투 끝에 적장의 목을 베고 조조에게 돌아와 그 적장의 목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장면이다. 그러나 패러디 만화에는 관우의 얼굴에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의 얼굴 사진을 붙이고, 목이 잘린 적장의 얼굴에는 문 고문의 사진을 붙였다. 손 후보가 문 고문의 목을 벤 뒤 그 목을 들고 돌아온 것이다. 이 만화에서 이 위원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각각 손 후보를 기다리는 조조의 측근으로 나온다. 이 위원은 손 후보가 문 고문의 잘린 목을 내팽개치자 “오오, 재인의 목이다”라고 말한다.
이 만화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라가자마자 누리꾼들은 이 위원을 호되게 비난했다. 에스엔에스(SNS)에는 “너무 엽기적이고 저질스럽다”, “이준석 괜찮게 봤는데 실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에 “이준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수조가 문재인의 목을 따오는 만화를 올렸다고. 젊은 애가 정치물 마시더니 곱게 실성했네요”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 위원은 곧바로 이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이 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해당 만화가 좀 긴편인데 제가 마지막 부분에 그런 혐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을 확인 못하고 링크를 올렸다가 지적을 받고 황급히 지웠습니다. 잘 확인하지 못하고 올려서 문 당선자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만화는 확인결과 3월부터 인터넷 상에서 유포됐던 것으로 제가 제작한 것은 아니며, 오늘 트위터 메시지로 링크를 전달받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문 고문을 직접 만나 사과하기 위해 8일 오전 김포공항에 나가 도착하는 문 고문을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갔다. 이 위원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오전 7시께 문 고문에 전화해서 사과를 했고, 문 고문은 ‘만화 내용을 다 봤고,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다.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공항에서는 문 고문이 바빠서 못 만났지만 문 고문이 12시께 여의도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고 해서 그쪽에 가서 직접 만나 사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내어 이 위원의 사퇴와 박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각적으로 끔찍한 장면이 고스란히, 거리낌 없이 노출됐다. 단순한 만화이고 의미가 큰 게 아니라고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일”이라며 “이준석 비대위원의 사퇴와 박 위원장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이미 비대위는 남은 회의도 없고 실질적으로 해체됐기 때문에 사퇴 절차가 따로 없다”며 “개인적으로 문 고문을 만나 사과하고, 자숙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모습을 <해피엔드> 영화 포스터로 합성한 사진으로 올린 것에 대해 당시 청와대와 여당 쪽에 강하게 항의하는 등 패러디의 수준을 놓고 논란을 벌인 바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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