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이상규 “민심 흐름 봐야”

비대위 구성·당원 총투표 절충
당권파 내에서 ‘온건 목소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당권파에 속하는 이상규 당선자(서울 관악을)가 양쪽의 주장을 절충한 수습책을 제시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당권파 내부의 강·온기류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이 당선자는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생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겠다는 각오로 현재 당이 처한 위기 상황 수습을 위해 제안한다”며 △서로가 인정하는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비례대표 당선자 거취 결정을 위한 당원 총투표 실시 등을 주장했다. 비대위 구성은 비당권파의 요구를, 당원 투표는 당권파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특별조사위 구성안은 이날 전국운영위에서 통과됐다.

이 당선자는 “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과 책임은 대표단에 있다. 선거 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비례후보들의 순번을 임의로 조정한 대표단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당내 각 정파가 통합의 정신으로 새 지도부를 공정하게 선출할 수 있는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례대표의 거취 문제에 관해서는 “국민의 질책과 염려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전체 당원들의 판단으로만 그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4·11 총선 직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후보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사퇴한 이정희 대표를 대신해 관악을에 공천됐다. 당내 이력을 미뤄보면 당권파로 분류된다. 이날 이 당선자의 제안은, 그러나 당권파의 요구에 비당권파의 대표적인 요구를 수용한 안이어서 당내에서의 호응 여부가 주목된다. 이 당선자는 최근 당선자 간담회에서도 “민심의 흐름을 봐야 한다”며 민심에 기반한 수습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선자는, 그 전날 김선동 의원과 김미희 당선자 등 당선자 3명이 “진상조사위원회의 정치공작보고서를 폐기하고, 비례대표 경쟁부문 당선자·후보자 전원 사퇴를 권고한 운영위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발표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성명서를 발표한 3명의 당선자들이 매파라면, 이 당선자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수습과 당내 화합을 강조하는 ‘비둘기파’로 볼 수 있다. 김보협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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