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씨
중국 선양서 탈북자 지원 활동 벌이다 공안에 잡혀
80년대 NL계열 이론가…90년대 뉴라이트로 돌아서
80년대 NL계열 이론가…90년대 뉴라이트로 돌아서
운동권 민족해방(NL)파의 이론가 김영환씨가 중국 랴오닝성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벌이다 동료 3명과 함께 중국의 국가안전청에 체포돼 갇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1980년대 주사파들의 교과서 격이었던 <강철서신>이라는 문건을 쓴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4일 정부 관리들과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3월29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동료 ㅇ씨, ㄱ씨, 다른 ㅇ씨와 함께 탈북자 지원 활동을 위한 회의를 하다가 중국 국가안전청에 붙잡혔다. 현재 김씨 등 4명은 체포돼 단둥 등지의 랴오닝성 국가안전청에 구금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당시 다롄에서 탈북 주민들을 남한으로 보내는 활동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아는 한 인사는 “김씨 등이 북한에서 탈북이나 민주화를 원하는 주민들을 지원하는 활동까지 벌이려다가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쪽은 김씨 등에게 ‘국가안전위해죄’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체포된 데는 탈북·민주화 지원 활동에 극도의 반감을 가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요청과 지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김씨 등이 체포된 뒤 선양의 한국 총영사는 지난 4월26일 국가안전청을 방문해 김씨를 1차례 면담했고, 중국 쪽에 김씨 등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추가 면회나 변호인 접견 등은 일절 허용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고위 관리는 “김씨 등이 질이 나쁜 범죄가 아니라 탈북자를 돕다가 체포됐기 때문에 정상을 참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에 추방 형식으로 이들을 석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1980년대 민족해방(NL) 계열의 주체사상 이론가였으며, 1991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그러나 북한 방문 뒤 주체 사상에 회의를 갖게 됐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 ‘뉴 라이트’ 쪽으로 돌아서 북한 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연구위원, 계간지 <시대정신>의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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