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제9차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 입구에 <조선>, <중앙>, <동아> 와 종편 등 보수매체 취재진
의 출입과 취재를 거부한다는 안내문이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새누리·보수언론 ‘진보당 마녀사냥
대한민국의 부정세력 ‘낙인’
“국회입성 막아야” 여론몰이 진보 분열로 야권연대 파괴
대선승리 정략적 의도 깔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17일 “북한의 대남공작기구가 간첩단 왕재산을 통해 진보정당 건설 지령을 내렸다 한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막가파식 버티기와 폭력의 배후엔 누가 있는 것인가. 정체성이 불분명한 집단은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고 논평했다. 이날 아침 <조선일보>는 북한 대남공작기구 225국이 2010~2011년 간첩단 왕재산에게 보냈다는 지령문의 내용을 소개했다. 재판 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것이다. 정의화 의원은 국회의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의 유력 정치인이다. 16일 밤 트위터에 이런 글을 띄웠다. “대명천지에 대한민국을 엎으려는 의도를 가진 주사파가 국회에 들어올 채비를 했고, 당내선거의 부정선거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국민들은 까맣게 모를 뻔했다. 민주당은 대국민사과를 하고 그들과 단절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16일 아침 1면 5단 기사로 ‘국회 들어오는 대한민국 부정 세력 못막는 대한민국’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통합진보당의 당선자 13명 중에서 6명을 민족해방(NL) 계열이라고 분류하고 이들의 국회 입성을 막을 장치가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 일부 당선자들의 국회 입성을 막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그러나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홍일표 원내대변인 등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 제명 요건을 현재의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낮추자는 제안까지 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5일치 <중앙일보>에 ‘그거 평양행 기차였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송 교수는 “사태의 본질은 주사파를 중앙정치 무대에 공인세력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비례대표 선출 선거부정 의혹에서 출발해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으로 고비를 맞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가 종북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빌미는 통합진보당 안팎에서 제공했지만 새누리당과 보수 성향 신문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빨갱이 사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본질은 당권파로 불리는 정치적 분파의 패권주의와 당내 선거에서 드러난 이들의 비민주적 행태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들 가운데 몇 사람이 과거 민족해방 성향의 운동권 출신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 북한의 지령을 받아 움직인다거나, 이들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새누리당이나 보수 성향 신문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고원 서울과기대 교수(정치학)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애국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생각과 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는 1950~60년대에 미국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미국의 극우주의자들은 아인슈타인마저도 소련의 스파이로 몰았다. 통합진보당의 패권주의를 자꾸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한 정략이라고 본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보수 세력의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색깔론이라고 정리했다. “야권연대로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가 호각지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보수 세력이 선거부정 사건을 계기로 야권의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온 것이다. 색깔공세는 대선을 앞두고 어차피 예견됐던 것이다.” 물론 1980년대 민족해방 계열 운동권의 폐쇄적 조직문화가 통합진보당 사태와 다소 관련이 있을 수는 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나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정치학)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상식과 균형에 비추어 볼 때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3대 세습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정치적 행태나 과거 한때의 이념 성향을 근거로 통합진보당 정치인들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색깔론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이 정치적 경쟁 관계에 있는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고안해낸 발명품이다. 그런데 수십년이 지난 2012년에도 색깔론의 광풍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분단체제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국회입성 막아야” 여론몰이 진보 분열로 야권연대 파괴
대선승리 정략적 의도 깔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17일 “북한의 대남공작기구가 간첩단 왕재산을 통해 진보정당 건설 지령을 내렸다 한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막가파식 버티기와 폭력의 배후엔 누가 있는 것인가. 정체성이 불분명한 집단은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고 논평했다. 이날 아침 <조선일보>는 북한 대남공작기구 225국이 2010~2011년 간첩단 왕재산에게 보냈다는 지령문의 내용을 소개했다. 재판 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것이다. 정의화 의원은 국회의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의 유력 정치인이다. 16일 밤 트위터에 이런 글을 띄웠다. “대명천지에 대한민국을 엎으려는 의도를 가진 주사파가 국회에 들어올 채비를 했고, 당내선거의 부정선거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국민들은 까맣게 모를 뻔했다. 민주당은 대국민사과를 하고 그들과 단절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16일 아침 1면 5단 기사로 ‘국회 들어오는 대한민국 부정 세력 못막는 대한민국’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통합진보당의 당선자 13명 중에서 6명을 민족해방(NL) 계열이라고 분류하고 이들의 국회 입성을 막을 장치가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 일부 당선자들의 국회 입성을 막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그러나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홍일표 원내대변인 등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 제명 요건을 현재의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낮추자는 제안까지 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5일치 <중앙일보>에 ‘그거 평양행 기차였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송 교수는 “사태의 본질은 주사파를 중앙정치 무대에 공인세력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비례대표 선출 선거부정 의혹에서 출발해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으로 고비를 맞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가 종북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빌미는 통합진보당 안팎에서 제공했지만 새누리당과 보수 성향 신문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빨갱이 사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본질은 당권파로 불리는 정치적 분파의 패권주의와 당내 선거에서 드러난 이들의 비민주적 행태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들 가운데 몇 사람이 과거 민족해방 성향의 운동권 출신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 북한의 지령을 받아 움직인다거나, 이들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새누리당이나 보수 성향 신문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고원 서울과기대 교수(정치학)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애국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생각과 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는 1950~60년대에 미국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미국의 극우주의자들은 아인슈타인마저도 소련의 스파이로 몰았다. 통합진보당의 패권주의를 자꾸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한 정략이라고 본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보수 세력의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색깔론이라고 정리했다. “야권연대로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가 호각지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보수 세력이 선거부정 사건을 계기로 야권의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온 것이다. 색깔공세는 대선을 앞두고 어차피 예견됐던 것이다.” 물론 1980년대 민족해방 계열 운동권의 폐쇄적 조직문화가 통합진보당 사태와 다소 관련이 있을 수는 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나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정치학)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상식과 균형에 비추어 볼 때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3대 세습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정치적 행태나 과거 한때의 이념 성향을 근거로 통합진보당 정치인들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색깔론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이 정치적 경쟁 관계에 있는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고안해낸 발명품이다. 그런데 수십년이 지난 2012년에도 색깔론의 광풍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분단체제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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