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지지 철회 여부를 결정할 민주노총 제9차 중앙집행위원회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김영훈 위원장의 말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통합진보당에 ‘노동중심성’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노동 존중’이라도 해줬어야 했다.”
지난 17일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 참여한 한 중집위원은 18일 울분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은 오후 2시부터 밤 11시35분까지 이어진 중집 회의에서, 통합진보당 지지 조건부 철회와 함께 제2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특별기구 설치를 의결했다. 애초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표결에 참여한 42명 가운데 32명이 찬성했다. 그만큼 통합진보당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의 실망이 컸다는 얘기다.
중집이 끝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통합진보당과 완전히 결별하고 갈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모든 조직을 총망라한 특별기구를 만들어, 이를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구를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자 정당 창당 등 제2 노동자 정치세력화 움직임이 순풍을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대략적인 방향은 물론, 특별기구의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조건부’라는 단서를 단 만큼, 통합진보당의 내부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가 향후 민주노총의 행보를 가늠하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중집위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논의를 위해 지역사회, 비정규직, 실업자, 영세상인 등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중앙집행위, 산별조직, 시민사회단체, 통합진보당 내 혁신세력까지 포함한 네트워크 형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넓은 범주의 진보 대통합에 가까운 구상인 셈이다.
문제는 민주노총 안에서도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의 일부 세력은 이미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모임’을 꾸려 새로운 대중 진보정당 창당을 추진중이며,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라는 모임은 지난 1월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될 수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강경한 입장과 달리, 통합진보당과의 완벽한 결별에 이은 새로운 노동자당 창당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분명히 존재한다. 통합진보당 ‘진성당원’의 과반에 육박하는 46.7%(3만5000명)는 여전히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게다가 4·11 총선이 끝난 뒤 해산된 진보신당 쪽 창당준비위원회 등과의 관계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세력화 방안을 두고도 벌써부터 녹색당과 함께하는 ‘적녹연합’, 통합진보당 개혁파와의 연대를 통한 리모델링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제2 정치세력화 움직임을 올해 대선과 연계할 것인가, 아니면 대선과 별개로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짤 것인가 하는 논쟁도 불가피하다. ‘진보 대통합 시즌2’를 꿈꾸기엔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민주노총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현장의 기초를 다지면서 정치세력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맹의 한 간부는 “민주노총 집행부는 현장의 투쟁과제를 제시하고 실천을 정치화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노동자 중심 정당 실현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특정 정파를 떠나 연대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이재훈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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