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혁신비대위에 맞서는 ‘당원비대위’ 출범
오병윤 위원장 “명예회복”…재야원로 “희생각오를”
오병윤 위원장 “명예회복”…재야원로 “희생각오를”
통합진보당의 이른바 ‘당권파’가 20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 의원)에 맞서 오병윤 당선자(광주 서을)를 위원장으로 하는 당원비대위를 만들었다. 지난 14일 온라인 중앙위원회 의결로 만들어진 임시 지도부인 혁신비대위와 맞서려는 조직이다.
이로써 통합진보당은 ‘하나의 정당, 두 개의 비대위’라는 기형적 이중 체제를 맞게 됐다. 새 지도부가 들어설 6월 말까지 당원비대위와 혁신비대위의 두 이름으로 지도체제를 갖춘 당권파(옛 당권파)와 비당권파(새 당권파)의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에게 있다” 며 “당원비대위를 중심으로 (비례대표 경선부정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 당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위원장에 유선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대변인에 김미희 당선자(경기 성남 중원)를 선임하는 등 조직체계와 명칭도 혁신비대위와 똑같이 만들었다.
이에 대해 혁신비대위의 이정미 대변인은 “통합진보당의 대표기구는 지난 14일 중앙위 결정에 따라 구성된 혁신비대위이며 강기갑 위원장이 당을 대표하고 있다. 당의 공식기구가 이미 비대위 명칭을 쓰고 있는 만큼 (비대위란) 명칭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
혁신비대위와 당원비대위는 일단 충돌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혁신비대위의 이 대변인은 “당원비대위가 1차 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한 문제제기와 향후 억울한 당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자발적 모임으로 위상을 설정한 것은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원비대위가 혁신비대위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또다른 지도부를 자처할 경우 해당행위로 판단하고 징계를 검토하겠다는 이전 발언에 비해 강도가 낮아진 것이다.
당원비대위의 오병윤 위원장도 “혁신비대위가 (만들어진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해도 당을 쇄신하고 6월 말까지 정상적인 새로운 지도부가 잘 세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라며 그런 노력이 있다면 당원 누구라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도 혁신비대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정통성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양쪽이 충돌할 가능성은 있다.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비례대표 사퇴 문제가 뇌관이다. 혁신비대위는 경쟁부문 비례대표의 사퇴 시한을 21일로 못박아둔 상태다. 혁신비대위가 두 당선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경우 당원비대위가 조직적으로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비대위의 당직 인선을 두고서도 당권파 당직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혁신비대위 주도의 당내 인사를 통해 사무부총장에서 현안대응팀장으로 보직이 변경된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을 포함한 사무총국 당직자 5명은 이날 “특정 정파 소속의 인사위원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정치적 보복 인사를 단행했다”며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저녁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재야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 회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원로 인사들은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라는 혁신비대위의 방향에 동의하면서 “더욱 과감하고 힘차게 혁신해 나갈 것을 요청했다”고 이정미 혁신비대위 대변인이 전했다. 재야 원로들은 이를 위해 “기존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희생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주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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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원로 만나러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맨 오른쪽)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에 참석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왼쪽 둘째) 등 시민사회단체 원로들과 인사하고 있다. 재야 원로들은 과감한 혁신과 함께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희생할 것을 주문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시간이 없어서 오병윤 당원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가운데)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당원비대위’ 발족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던 중 시계를 쳐다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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