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방침…“시민단체 불법로비는 안캐고…” 반발 가능성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주말에도 수사팀 전원이 출근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 분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도청 테이프를 통한 범죄 단서 포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이프와 녹취록 대조작업=검찰은 공운영씨의 집에서 압수한 274개 도청 테이프가 13권짜리 녹취보고서에 그대로 담겨있는지를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이프와 녹취록이 일련번호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아니어서, 도청 테이프와 녹취보고서 내용을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씨가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자신의 집에 이 자료들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점도 의문거리다. 압수수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만큼 폭발력이 더 강한 또 다른 도청 테이프를 별도로 보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수사 보고는 어느 선까지?=추가로 발견된 도청 테이프 내용의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수사상황의 보고라인도 관심거리다. 현재 수사상황은 공안2부장-2차장에게서 보고를 받은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직보를 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정례 보고 외에도 이종백 지검장이 한 차례 더 총장실을 찾기도 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통상적인 수사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테이프 분석은 수사착수 전제?=검찰이 압수한 도청 테이프를 분석하는 것은, 범죄단서를 포착하기 위한 행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림팀의 불법 도청이 이뤄진 시기가 1992년~98년 초이기 때문에, 검찰은 공씨를 공소시효(7년)가 지난 불법 도청 혐의로 형사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압수한 도청 테이프를 기소를 위한 ‘증거물’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의 도청 테이프 분석은 범죄단서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비리를 담은 도청 테이프를 유포하고 삼성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 했다는 사전 구속영장 혐의로만 공씨를 기소하는 방식으로 도청 테이프 내용과 관련한 수사 또는 공개 논란을 비켜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공씨의 추가 공갈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한 또다른 도청 테이프의 내용이 공소장에 적시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방송> 기자 형사처벌 검토=검찰 관계자는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를 1일 불러 조사할 방침을 밝히면서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변할 수도 있다”며 형사처벌 가능성을 내비쳤다. 재미동포 박인회씨를 통해 입수한 도청 테이프를 근거로 삼성의 불법 로비의혹을 폭로한 이 기자의 보도 행위가, 불법 도청 자료에 담긴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 등 언론을 통해 제기된 도청자료의 내용을 수사하기도 전에 이를 보도한 기자부터 처벌하는 것에 대한 언론계나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규 석진환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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