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쪽 “일본이 한 말” 반박하자
문쪽, 미 국무부 문서로 ‘역공’
문쪽, 미 국무부 문서로 ‘역공’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했다는 “독도를 폭파하고 싶다”는 발언을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진 문 후보의 판정승으로 보인다.
문 후보 쪽은 12일 박 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담긴 미국 외교문서를 공개하며 “박 후보 쪽이 불리한 사실은 무조건 허위라고 주장하는 구태 정치를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문 후보는 지난 2일 경북 안동 독립운동기념관을 찾아 ‘대일 5대 역사현안에 대한 문재인의 구상’을 발표했다. 이때 문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독도 폭파’ 발언을 소개하며 ‘역사의식 결여’를 비판했다. 그는 “196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딘 러스크 미 국무장관에게 (한-일 수교협상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섬(독도)을 폭파시켜서 없애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후보 쪽은 반격에 나섰다. 박 후보 캠프의 조윤선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한 지난 10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 “외교문서에 따르면 이 발언은 일본 쪽에서 한 것으로 돼 있다”며 “문 후보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와 거짓말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문 후보 쪽은 12일 2004년 공개돼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미 국립문서보관소 소장 ‘국무부 (기밀) 대화 비망록’을 반박 근거로 제시하며 역공을 폈다. 이 비망록에는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이 한-일협정 서명 한 달 전인 1965년 5월27일 딘 러스크 미 국무장관과 만나 ‘수교 협상에서 짜증스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문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President Park said he would like to bomb the island out of existence to resolve the problem)”고 기록돼 있다.
박 후보 쪽은 문 후보 쪽 자료가 허위라는 관련 근거를 분명하게 내놓지 못했다. 다만 조윤선 대변인은 12일 “그간 공개된 국내외 문서에는 박 대통령의 독도를 수호하려는 확고한 의지와 명확한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며 “그런데도 문 후보 쪽이 미국 쪽 특정 문서의 한 구절만 쏙 빼서 박 대통령의 독도에 대한 입장을 왜곡하는 것은 정략적인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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