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가운데)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오른쪽)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총선공약 법안실천 국민보고’에서 손팻말을 보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당정 회의에서 “정치판에서는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니,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래서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은 박근혜 대선 후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화두 ‘경제민주화’…내부 파열음에 갈팡질팡
이한구 “정체불명 포퓰리즘…기업·국민들 불안”
김종인 “상식이하 발언”…남경필도 “시대착오적”
박근혜, 뚜렷한 방향 제시 없어…‘혼란 가중’ 자초
이한구 “정체불명 포퓰리즘…기업·국민들 불안”
김종인 “상식이하 발언”…남경필도 “시대착오적”
박근혜, 뚜렷한 방향 제시 없어…‘혼란 가중’ 자초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국민 행복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 경제민주화의 방향성을 놓고 새누리당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실천모임) 중심의 찬성파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의 반대파가 정반대 주장을 펴며 세력 다툼을 벌이는 양상이지만, 박 후보는 이를 방관하는 태도를 보인다.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경제민주화 반대파를 중용하고, 최근 논란에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아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5일 예산당정협의에서 “정치판에서는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니, 포퓰리즘 경쟁 하느라 정신이 없어 기업들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 등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그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밖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무책임하게 자꾸 하니까, 경제민주화의 정체가 뭔지 정확히 밝히라는 것”이라며 “나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아니라, ‘공정한 경제’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는 오는 11일 경제민주화 관련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연구소는 성장론자로 평가되는 김광림 의원이 소장직을 맡고 있다.
경제민주화 찬성파는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김종인 위원장은 “대선 후보가 대통령 출마 선언 때, 후보수락 연설 때 한 이야기를, 같은 당 원내대표가 정체불명이라는 단어까지 쓴 건 상식 이하”라며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고 태어나서 그런 정치인은 처음 본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여의도연구소의 토론회를 두고 실천모임 쪽 한 인사는 “‘재벌 장학생’들이 경제민주화 논의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실천모임은 조만간 금산분리 강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실천모임은 이미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죄 집행유예 금지, 대기업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을 낸 바 있다.
당 안에서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대통령 후보가 가장 강조하는 의제를 놓고 당 주요 인사들의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박 후보가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두고도 당내에서 비판이 나온다. 박 후보는 이날 대선기구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가 경제민주화, 복지를 핵심 어젠다로 내걸고 있는데, (이는) 편가르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김 위원장과 이 원내대표가 (생각의) 차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처럼 김 위원장과 이 원내대표를 모두 품고 가려는 듯한 박 후보의 태도는 서민·진보층과 재벌·보수층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한 핵심 측근은 “적절한 노이즈 마케팅도 필요하다”며, 박 후보가 굳이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추진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이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고심해야 한다는 주장도 동시에 나온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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