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쪽 “새누리 대선기획단 인사가 출마말라 협박”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돕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캠프 인사가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 김경호 기자 [e-mail]

금태섭 변호사 폭로 회견 “정준길씨가 내게 전화 걸어”
“안원장 뇌물·여자문제 터뜨릴것…조사해 다 안다 말해”
정준길 “친구사이 대화일뿐, 협박은 과장된 얘기” 반박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이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인사로부터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 새누리당은 즉각 ‘대선기획단과 무관한 일’이라며 폭로 내용을 부인했지만, 안 원장 쪽은 ‘보이지 않는 거대권력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안 원장을 돕고 있는 금태섭·강인철·조광희 변호사와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한국언론회관(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대선기획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지난 4일 아침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뇌물과 여자 문제를 터뜨릴 것이기 때문에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말하면서 ‘안 원장에게 이런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폭로하겠다고 했다는 뇌물과 여자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했다.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이 설립 초기인 1999년 산업은행에서 투자를 받은 것과 관련해 당시 은행 투자팀장이었던 강아무개씨에게 주식 뇌물을 줬다는 내용과, 안 원장이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것이다.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은 이런 협박의 구체적 근거는 말하지 않은 채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금 변호사는 “이런 내용을 안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한치의 의혹도 없음을 확인했다”며 “협박 내용을 전해들은 안 원장은 ‘정말이냐’고 되물었을 뿐, 내가 기자회견을 한다는 말에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안 원장 쪽 인사들은 새누리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정보기관이나 사정기관의 개입설도 제기했다.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이렇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며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새누리당 대선기획단이 사전에 알고 있거나 공모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준길 공보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구 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이다, 불출마 종용이다 하고 얘기하는 건 너무한 것이고 과장된 얘기”라며 “금 변호사에게 ‘시중에 떠도는 여러 의혹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거나 검증받지 못하면 대통령 나가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금 변호사에게 산업은행 강아무개 팀장의 뇌물공여와 목동 30대 음대 여성에 대한 얘기는 했다”면서도 ‘사실이라고 믿고 물었느냐’는 질문엔, “사실관계는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정 위원은 “새누리당 공보위원으로서 여러 의혹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잘 이해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그런 점에서 제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이 거론한, 당시 안철수연구소 이사회에 참여했던 강아무개 전 산업은행 벤처투자팀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우리가 쫓아가 투자를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분(안 원장)한테서 뭘 받을 건 아니었다”며 뇌물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국민에 대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뒷조사 내용을 협박용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독재정권 시절의 부활”이라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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