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20일 ‘여의도 관행’을 벗어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다짐했다. 당 지도부의 2선 배치를 의미한 게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에 더해, 운영 방식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앞서 문 후보는 19일 대선기획단인 ‘담쟁이 기획단’의 첫 공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주·시민·미래 3개 축의 캠프를 수평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문재인 선대위’의 특징으로 제시했다. 이는 과거 당 지도부가 중심이 되는 상명하달식의 선대위 구조에서 탈피해, 당·시민·정책 전문가들이 각각 결합해 세 분야의 조직이 수평적 위상을 갖고 움직이는 새로운 선대위 실험을 해보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문 후보는 “선대위의 3개 부문은 가칭 ‘민주캠프’, ‘시민캠프’, ‘미래캠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인사들이 중심이 되는 ‘민주캠프’는 탈계파를 목표로 화합과 쇄신을 동시에 이루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문 후보는 “민주캠프는 화합형으로, 용광로처럼 모든 계파를 녹이는 형태로 구성된다”며 “대단히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외부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인 ‘시민캠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의 온·오프라인 결합형 시민정치 조직으로, 문 후보의 팬클럽과 자발적 지지자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안철수 후보의 ‘에스엔에스(SNS) 캠프’ 구성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종의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래캠프’는 정책 공간이다. 문 후보가 후보 수락연설 때 밝힌 일자리혁명,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새로운 정치, 평화와 공존 등 5개 과제에 대한 특위를 만들어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영민 담쟁이 기획단 기획위원은 “앞으로 문 후보 일정은 후보수락 연설문에서 밝힌 다섯 개의 문을 구체화하는 정책일정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며 “정책 아젠다를 다룰 위원장은 타 위원회에 비해 우선적으로 인선하고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20일 담쟁이 기획단의 시민사회 쪽 기획위원으로 안도현 시인과 김영경 청년 유니온 회장을 임명했다. 안 시인은 문 후보 경선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로 <연어>, <너에게 묻는다> 등의 시로 유명하다. 김영경 회장은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을 지낸 30대 여성이다. 지난 2월 서울시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선정한 명예 부시장 3명 중 청년 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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