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20일 취업준비생을 찾는 등 ‘일자리 대통령’ 행보를 이어갔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 있는 길거리 음식점 중 한 곳을 찾아 취업준비생 4명과 일명 ‘컵밥’(밥과 면 등을 철판에서 조리한 뒤 컵에 담아주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초·중등 임용시험 등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비정규직 부모님을 두고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저희가 왜 이곳에 있는지 알아달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시험과목이 자주 바뀌는데다 난도가 높아져 시험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며 “꼭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후보는 “요즘 뭐든지 경쟁이다, 효율이다 해서 전부 임시직으로 사람을 뽑아서 취업문이 좁아졌다”며 “공무원을 줄이고 과기부·해수부를 폐지하는 등 ‘작은 정부’라는 미션 속에 살다 보니 공공복지도 아주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할 일을 하는 정부가 되려면 규모 줄이기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공무원도 많이 뽑고 시험 공고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게 시간을 둬서 하고 시험 횟수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들과 대화를 마친 문 후보는 인근의 한 학원에 들러 시험준비에 한창인 취업준비생들을 격려했다. 그는 “독재 권력을 물리치고 민주화도 이루고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젊은이들의 삶이 어려운 세상이 돼서 기성세대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수험생들에게 웃으면서 “제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민주당 국민경선도 13연승을 했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 그 좋은 기를 여러분이 함께 받을 것”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이어 문 후보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한 여성 취업준비생의 두 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 들러 애로사항을 들었다. 자신이 과거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때의 ‘비법’을 전하기도 한 문 후보는 ‘혼자 밤길을 다니기가 무섭다’는 말에 “귀가지킴이 서비스로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의 진선미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곤 정무수석을 통해 난을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진 대변인은 “문 후보는 이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이 수석과 5분간 환담했다”며 “이에 앞서 지난 17일 최경환 비서실장을 통해 축하 난을 보내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더 좋은 경쟁, 아름다운 경쟁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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