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앞둔 세 대선후보들의 고민과 전략
박근혜 진영, ‘독선적 리더쉽에 걸려 대세론 무너지나’ 당황
경제민주화 카드로 주도권 회복…야권단일화 정면돌파 노려 2012년 대선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사람의 대결로 압축됐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세 후보의 지지율은 다자대결에서 대략 ‘박근혜 4, 안철수 3, 문재인 2’ 정도다. 박근혜 후보가 앞서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5 대 4’로 역전이 가능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세 후보와 캠프가 각각 대선 판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기본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세 후보의 전략 참모들에게 두루 의견을 구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참모들은 대세론이 무너진 것에 대해 당황해 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측근들의 금품비리 의혹, 정준길 전 공보위원 사건, 인혁당 재건위 파문 등으로 양자대결에서 지지율이 안철수 후보는 물론이고 문재인 후보에게도 뒤지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참모들은 잇단 악재의 근본적 원인이 박근혜 후보의 독선적 리더십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박근혜 후보가 자신만이 옳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국민들에게 고집불통 이미지로 비쳤고, 그런 모습이 4·11총선 이후 박근혜 지지로 쏠리던 40대와 수도권 유권자들을 다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선대위의 고위 인사는 “이런 모습이 박근혜 후보의 본질이라면 대통령이 돼도 큰일”이라며 “나도 이 정도로 심각한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사례가 있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9월2일 청와대에 이명박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함께했다. 최경환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이 수행했다. 이런 경우 오찬이 끝나면 박근혜 후보가 비서실장 및 대변인에게 대화 내용을 알려준 뒤 청와대와 조율해서 발표하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행사가 끝나자 차를 타고 청와대를 그냥 떠났다. 최경환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은 당황했다. 회동 내용은 시간이 좀 지나서 박근혜 후보의 보좌관을 통해 두 사람에게 간략하게 전달됐다. 이상일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회동 내용을 발표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했다. 내용을 몰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참모들을 자신의 일방적 지시를 수행하는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결정은 혼자 내린다. 그와 밖을 연결하는 통로는 이재만 이춘상 정호성 안봉근씨 등 보좌관들이다. 보좌관들이 실세인 셈이다. 박근혜 후보가 자신의 이런 독특한 리더십을 고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참모들은 ‘경제민주화’를 비장의 카드로 꼽았다. 김종인-이한구 두 사람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김종인 위원장 손을 들어주면 ‘확실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재벌개혁 방안 등 정책 기조의 선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때마침 새누리당 의원들이 추석 연휴 직후인 10월4일 경제 민주화 의원총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 고참 당직자는 “노선과 정책, 주변 인물의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넘어서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자꾸 쳐다보면 선거국면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으니, 박근혜 후보가 주도적으로 변화를 추구해 뉴스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민주당 혁명적 변화 없으면 불리’ 절박한 과제 고민
‘지도부·친노 쇄신’ 투 트랙으로 지지율 올려 단일화 승부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스스로 약속한대로 민주당의 ‘혁명적인 변화’를 과제로 안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혁신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면 박근혜 후보는 고사하고 우선 안철수 후보를 넘어설 수 없다. 지지율 20%대에 갇혀 레이스 도중에 주저앉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민주당 혁신 방안이 무엇인지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이인영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띄웠다. “정당정치 그리고 수권능력의 우위는 민주당에게 분명히 있습니다. 전제는 당의 혁신이겠지요. 반대로 시대구도가 신·구로 흐른다면 다소 비교열위에 처하겠지요. 그래서 민주당의 혁신은 관성적 요구가 아니라 전략적 이해가 걸린 과제가 된 것입니다. 제가 보는 승부처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쇄신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페친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문재인 후보가 시간을 끄는 것을 보면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 내용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선대본에 참여한 핵심 참모는 좀 다른 설명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가 구태 정치를 답습하면 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끊임없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40대 유권자층을 놓고 안철수 원장과 벌이는 경쟁에서 문재인 후보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여준 전 장관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한 일이 있다.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는 정치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지금 문재인 후보에게 바로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인적쇄신을 ‘지도부 쇄신’과 ‘친노 쇄신’ 투 트랙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해찬 대표를 선대위에 포함시킬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친노가 아닌 인사들을 중심으로 실무형 선대본부를 짜고 있는 것도 그런 흐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친노 인사들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자신들이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그는 밝혔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혁신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대선의 승리자는 박근혜 후보가 된다. 그의 참모들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논의를 시작해 후보등록(11월25~26일) 직전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후보 단일화가 대선국면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총결집화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물론 두 후보와 지지자들이 완전히 승복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절차와 공정한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철수쪽 ‘과거 대 미래’ 구도 설정 “큰실수만 안하면” 자신감
당분간 단일화 얘기보다 혁신 앞세워 뚜렷한 우위 확보 겨냥 안철수 후보를 돕는 사람들은 요즘 자신감이 넘친다. 출마선언 이후 치솟은 여론조사 지지율 때문이다. “크게 실수를 하지만 않는다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의 참모들은 이번 대선의 기본 구도를 ‘과거 대 미래’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 구도 설정이 안철수 후보에게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 및 민주통합당과의 거리를 똑같이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야권의 무소속 후보’라고 주장하며 철저히 실리를 챙기고 있다. 참모들은 대체로 출마선언 뒤 적어도 한 달 반 정도는 독자후보로서 안철수 후보의 역량을 펼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후보 단일화 얘기는 하지 말자는 뜻이다. 참모들은 안철수 후보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라는 시대정신을 ‘혁신’이라는 열쇳말로 풀어내고 있어, 당분간 박근혜·문재인 후보와의 지지율 싸움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학자 출신으로 안철수 후보를 돕고 있는 한 인사는 “중도·진보층 유권자 가운데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상대적으로 강한 20~30대는 안철수 후보를 많이 지지하고, 현실정치의 중요성을 의식하는 40대 중반부터는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 것 같다”며 “세대균열 현상이 존재하는 가운데 3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 유권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후보가 국정운영이나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약점은 어떻게 방어하려는 것일까? 한 인사는 “안철수 후보는 기업체 경영자, 대학교수, 서울대 대학원장 등 비정치적 영역에서 리더십 훈련을 충분히 받았다”며 “정치 분야로 영역이 달라졌지만 지금부터 선거때까지 3개월과 인수위 기간 2개월을 합쳐 5개월이면 정치 분야에서 리더십을 훈련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에 출마한 정치인이 지금부터 정치적 리더십을 배우겠다는 설명을 유권자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무소속 대통령이 되면 정당의 도움 없이 과연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을 가지고 있을까? “사실 그게 가장 큰 약점이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 사이에는 후보 단일화든 연정이든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암묵적 전제가 존재한다.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양자의 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은 안철수, 국회는 민주당’으로 역할분담을 하자는 야무진 구상이다. 바야흐로 대선 삼국지가 시작됐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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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보] 싸이, ‘강남스타일 신드롬’ 일으키며 입국
경제민주화 카드로 주도권 회복…야권단일화 정면돌파 노려 2012년 대선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사람의 대결로 압축됐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세 후보의 지지율은 다자대결에서 대략 ‘박근혜 4, 안철수 3, 문재인 2’ 정도다. 박근혜 후보가 앞서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5 대 4’로 역전이 가능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세 후보와 캠프가 각각 대선 판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기본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세 후보의 전략 참모들에게 두루 의견을 구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참모들은 대세론이 무너진 것에 대해 당황해 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측근들의 금품비리 의혹, 정준길 전 공보위원 사건, 인혁당 재건위 파문 등으로 양자대결에서 지지율이 안철수 후보는 물론이고 문재인 후보에게도 뒤지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참모들은 잇단 악재의 근본적 원인이 박근혜 후보의 독선적 리더십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박근혜 후보가 자신만이 옳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국민들에게 고집불통 이미지로 비쳤고, 그런 모습이 4·11총선 이후 박근혜 지지로 쏠리던 40대와 수도권 유권자들을 다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선대위의 고위 인사는 “이런 모습이 박근혜 후보의 본질이라면 대통령이 돼도 큰일”이라며 “나도 이 정도로 심각한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사례가 있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9월2일 청와대에 이명박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함께했다. 최경환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이 수행했다. 이런 경우 오찬이 끝나면 박근혜 후보가 비서실장 및 대변인에게 대화 내용을 알려준 뒤 청와대와 조율해서 발표하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행사가 끝나자 차를 타고 청와대를 그냥 떠났다. 최경환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은 당황했다. 회동 내용은 시간이 좀 지나서 박근혜 후보의 보좌관을 통해 두 사람에게 간략하게 전달됐다. 이상일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회동 내용을 발표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했다. 내용을 몰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참모들을 자신의 일방적 지시를 수행하는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결정은 혼자 내린다. 그와 밖을 연결하는 통로는 이재만 이춘상 정호성 안봉근씨 등 보좌관들이다. 보좌관들이 실세인 셈이다. 박근혜 후보가 자신의 이런 독특한 리더십을 고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참모들은 ‘경제민주화’를 비장의 카드로 꼽았다. 김종인-이한구 두 사람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김종인 위원장 손을 들어주면 ‘확실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재벌개혁 방안 등 정책 기조의 선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때마침 새누리당 의원들이 추석 연휴 직후인 10월4일 경제 민주화 의원총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 고참 당직자는 “노선과 정책, 주변 인물의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넘어서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자꾸 쳐다보면 선거국면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으니, 박근혜 후보가 주도적으로 변화를 추구해 뉴스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민주당 혁명적 변화 없으면 불리’ 절박한 과제 고민
‘지도부·친노 쇄신’ 투 트랙으로 지지율 올려 단일화 승부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스스로 약속한대로 민주당의 ‘혁명적인 변화’를 과제로 안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혁신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면 박근혜 후보는 고사하고 우선 안철수 후보를 넘어설 수 없다. 지지율 20%대에 갇혀 레이스 도중에 주저앉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민주당 혁신 방안이 무엇인지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이인영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띄웠다. “정당정치 그리고 수권능력의 우위는 민주당에게 분명히 있습니다. 전제는 당의 혁신이겠지요. 반대로 시대구도가 신·구로 흐른다면 다소 비교열위에 처하겠지요. 그래서 민주당의 혁신은 관성적 요구가 아니라 전략적 이해가 걸린 과제가 된 것입니다. 제가 보는 승부처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쇄신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페친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문재인 후보가 시간을 끄는 것을 보면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 내용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선대본에 참여한 핵심 참모는 좀 다른 설명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가 구태 정치를 답습하면 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끊임없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40대 유권자층을 놓고 안철수 원장과 벌이는 경쟁에서 문재인 후보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여준 전 장관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한 일이 있다.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는 정치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지금 문재인 후보에게 바로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인적쇄신을 ‘지도부 쇄신’과 ‘친노 쇄신’ 투 트랙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해찬 대표를 선대위에 포함시킬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친노가 아닌 인사들을 중심으로 실무형 선대본부를 짜고 있는 것도 그런 흐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친노 인사들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자신들이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그는 밝혔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혁신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대선의 승리자는 박근혜 후보가 된다. 그의 참모들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논의를 시작해 후보등록(11월25~26일) 직전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후보 단일화가 대선국면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총결집화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물론 두 후보와 지지자들이 완전히 승복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절차와 공정한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철수쪽 ‘과거 대 미래’ 구도 설정 “큰실수만 안하면” 자신감
당분간 단일화 얘기보다 혁신 앞세워 뚜렷한 우위 확보 겨냥 안철수 후보를 돕는 사람들은 요즘 자신감이 넘친다. 출마선언 이후 치솟은 여론조사 지지율 때문이다. “크게 실수를 하지만 않는다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의 참모들은 이번 대선의 기본 구도를 ‘과거 대 미래’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 구도 설정이 안철수 후보에게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 및 민주통합당과의 거리를 똑같이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야권의 무소속 후보’라고 주장하며 철저히 실리를 챙기고 있다. 참모들은 대체로 출마선언 뒤 적어도 한 달 반 정도는 독자후보로서 안철수 후보의 역량을 펼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후보 단일화 얘기는 하지 말자는 뜻이다. 참모들은 안철수 후보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라는 시대정신을 ‘혁신’이라는 열쇳말로 풀어내고 있어, 당분간 박근혜·문재인 후보와의 지지율 싸움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학자 출신으로 안철수 후보를 돕고 있는 한 인사는 “중도·진보층 유권자 가운데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상대적으로 강한 20~30대는 안철수 후보를 많이 지지하고, 현실정치의 중요성을 의식하는 40대 중반부터는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 것 같다”며 “세대균열 현상이 존재하는 가운데 3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 유권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후보가 국정운영이나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약점은 어떻게 방어하려는 것일까? 한 인사는 “안철수 후보는 기업체 경영자, 대학교수, 서울대 대학원장 등 비정치적 영역에서 리더십 훈련을 충분히 받았다”며 “정치 분야로 영역이 달라졌지만 지금부터 선거때까지 3개월과 인수위 기간 2개월을 합쳐 5개월이면 정치 분야에서 리더십을 훈련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에 출마한 정치인이 지금부터 정치적 리더십을 배우겠다는 설명을 유권자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무소속 대통령이 되면 정당의 도움 없이 과연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을 가지고 있을까? “사실 그게 가장 큰 약점이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 사이에는 후보 단일화든 연정이든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암묵적 전제가 존재한다.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양자의 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은 안철수, 국회는 민주당’으로 역할분담을 하자는 야무진 구상이다. 바야흐로 대선 삼국지가 시작됐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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