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팎 “공안부 전담 어불성설”
대검 “도청 수사팀 개편 오늘 결론”
검찰의 옛 국가안전기획부 불법도청 사건 수사 범위가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삼성의 1997년 불법로비 등 ‘도청테이프 내용 수사’는 이를 전담할 다른 수사팀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에는 현재 공안부가 삼성의 불법 로비나 검사의 떡값 수수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 부장검사는 7일 “불법자금 등 내용을 수사할 의지가 있다면서 사건을 공안부에 계속 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내용 수사를 할 생각이라면 수사 주체 문제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불법 도청 및 유포와 도청자료 내용 수사는 수사 대상은 물론, 수사 기법이나 자료도 전혀 다르다”며 “지금처럼 공안부에서 전담하도록 하는 것은 검찰이 도청 및 유포만 수사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른바 ‘내용수사’는 검찰이 성과를 냈던 2002년 대선자금 수사에 견줄 만한 사안이라 지금처럼 달랑 2명의 특수부 검사로는 안 된다”며 “당장 사안을 분리해 대선자금 수사팀에 버금가는 팀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뿐 아니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하고 도청과 유포행위에 초점을 맞춰온 데 대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균형 잃은 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검찰은 2002년 이른바 ‘병풍’ 사건과 99년 ‘언론대책 문건’ 사건에서 속성이 다른 사안들을 각각 공안부와 형사부 등에 분산해 맡긴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대검의 고위관계자는 “수사팀 개편은 현재 팀을 보강할지 아니면 특별수사본부나 합동수사본부 형태로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8일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해, 별도의 수사팀을 꾸리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비쳤다. 다른 특수수사통 검사도 “내용 수사를 위해 현재 별도의 수사팀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수사를 공안과 특수로 아예 나누는 것은 수사지휘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5일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가 도청테이프를 맡겨 성문분석을 의뢰한 ㅎ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서울 서초동의 이 업체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성문분석 과정에서 별도로 도청 테이프를 복사해두었는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6일 “5일 국정원 발표가 상당한 파장이 있어, 6~7일은 수사계획을 재점검하고 수사팀을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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