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생인수 비리’등 자료유출 흔적 속속
국가정보원이 불법 도청을 지속한 시점이 국정원 발표대로 2002년 3월까지가 아니라 국정원의 감청조직인 과학보안국(8국)이 해체된 10월까지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뒤인 2003년 3월,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형근 의원이 폭로한 ‘한화의 대생인수 로비’는 국정원 감청자료가 유출된 것”이라며 정 의원의 폭로가 사실임을 확인했다.(<한겨레> 2003년 3월20일치 1면) 폭로 내용은 한화 김승연 회장이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박지원 비서실장에게 (대생 인수에) 우리가 나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으로, 통화 시점은 2002년 5월과 9월이다.
정 의원은 또 2002년 10월 국정원 도청자료라며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이귀남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계좌추적 자제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위원장과 이 기획관은 한결같이 ‘수사 외압설’은 부인했지만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통화한 시점은 2002년 10월10일이다. 정 의원 주장대로 도청 자료가 맞다면 이 시점까지 도청이 이뤄진 셈이다.
국정원이 5일 “2002년 3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과 함께 국가기관 보유 감청장비의 국회 신고가 의무화되는 등 감청업무 절차가 대폭 강화되고, 16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국정원 도청’ 논란이 거세지면서 (도청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힌 것도 10월 중단설을 뒷받침한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국정원 도청 논란은 10월 정형근 의원의 폭로 이후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7일 낸 보도자료에서 “2002년 3월 이후 불법감청을 완전 중단했음에도 기존 감청부서인 과학보안국을 유지할 경우 추가 시비 소지가 우려돼 2002년 10월에 과학보안국마저 해체했다”며 “2002년 10월까지 불법감청을 했을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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