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급비밀’로 분류
내용 공개하면 누설죄…
“같은 내용…법률의 불비”
내용 공개하면 누설죄…
“같은 내용…법률의 불비”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록물이 국가기록원과 국가정보원에 모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두 기관의 기록물 관리 규정이 달라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김만복 국정원장은 “당시 회담 기록을 2부를 만들어서 하나는 청와대에 보내고 하나는 국정원에서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청와대로 보낸 것은 현재 국기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지정기록물로 보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정기록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5~30년 동안 볼 수 없게 돼 있다. 특히 지정기록물은 보안을 위해 기록물의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통령기록관 쪽은 “현재로서는 2007년 정상회담 기록물이 보관돼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정기록물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네 경우에 한한다. 첫째 그 기록물을 생산한 전직 대통령 본인, 둘째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을 얻은 경우, 셋째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한 경우, 넷째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대통령기록관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 등이다. 따라서 이밖의 경우에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내용을 누설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국정원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2007년 정상회담 기록물이다. 국정원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이 기록물 ‘1급 비밀’로 분류돼 있다고 밝혔다. 보안업무 규정은 비밀을 1~3급, 대외비 등 네 가지로 나누는데, 이 기록물은 최상위 비밀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1급 비밀도 1급 비밀 취급 인가권자는 볼 수 있다. 국정원에서는 국정원장이 1급 인가권자 해당하고 그 상위자인 대통령도 역시 1급 인가권자이므로 국정원에 남아있는 이 정상회담 기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과 국정원에 남아있는 두 기록물이 동일한 내용임을 감안하면 이 기록물을 후임 대통령이나 국정원장이 볼 수 있게 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대통령기록물법의 지정기록물 보호 규정은 전임 대통령의 민감한 기록이 후임 대통령에 의해 악용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전직 고위 관리는 “같은 내용의 두 기록물이 서로 다른 취급을 받게 된 것은 법률의 불비”라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면 형법의 ‘직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변의 김종보 상근 변호사도 “처음에 국정원이 이 기록물을 보유한 것도 문제고, 대통령 퇴임 때 이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그 내용을 누군가 불법적으로 열람하고 이를 누설했다면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