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 2차 회의를 하고 있다. 평양/청와대사진기자단
‘NLL 발언’ 공방 전말
정 “NLL 포기 발언은 사실…의원직 등 정치생명 걸겠다”
문쪽 “공식 대화록엔 절대 없어” 새누리는 폐기의혹 제기
정 “NLL 포기 발언은 사실…의원직 등 정치생명 걸겠다”
문쪽 “공식 대화록엔 절대 없어” 새누리는 폐기의혹 제기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우리 쪽에서 녹음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2007 남북정상회담 비밀 대화록’ 논란을 촉발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은 신빙성을 잃게 됐다. 정 의원은 “북한 통전부가 녹취한 대화록을 우리 비선라인과 공유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쪽이 녹음을 했다면 굳이 북한이 녹취한 대화록을 넘겨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18일 “회담에 관여했던 실무자들에게 알아보니 회담에 배석했던 조명균 당시 안보정책비서관이 녹음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당시 우리 쪽 배석자인 조명균 비서관이 녹음을 했지만, 녹음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아 별도 녹취록을 남기는 대신에 녹음과 메모를 참고해서 (녹취록이 아닌) 대화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조 비서관은 책상 위에 녹음기를 올려놓고 공개적으로 녹음을 해 북쪽도 녹음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비밀 대화록’ 있나? 현 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의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며, 이런 내용이 담긴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007년 10월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남북정상은 단독회담을 가졌다”며 “당시 회담 내용은 녹음됐고 북한 통전부는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또 “그 대화록은 폐기 지시에도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다”며 대화록의 일부 대목을 공개했다.
당시 정상회담을 수행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도 10일 회견을 열어 “단독회담도, 비밀 합의도 없었다”며 “(배석자가 정리한 공식) 대화록은 있지만 녹취록은 없고, 북에서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말한 회담 시간에 대해서도 “오후 3시는 다른 회담이 한창 진행되던 시간”이라고 일축했다.
정문헌 의원은 민주당 쪽이 반박할 때마다 한 발씩 물러섰다. 그는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선 “두 정상의 대화는 북한이 녹음했고 이 녹취와 우리 측의 기록을 토대로 대화록이 만들어졌다”며 “민주당은 내가 ‘비밀 녹취록’, ‘비밀 단독회담’이라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애초 ‘북한 통전부가 단독회담을 녹취한 대화록을 우리 측과 공유했다’고 한 것과 달리, “북한의 녹취와 우리 기록을 토대로 남쪽이 (공식) 대화록을 만들었다”고 말을 바꾼 것은 분명하다.
■ ‘NLL 포기’ 발언 있었나? 정문헌 의원은 ‘비공개 별도 대화록’의 존재가 부인되자, “문제의 본질은 회담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단독회담 자리에서 ‘남측은 앞으로 엔엘엘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회의원직을 포함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남쪽이 작성한 공식 회담록에 노 전 대통령의 ‘문제 발언’이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문 후보 쪽은 이 또한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문 후보는 15일 선대위 회의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은 당시 국정원과 통일부에 의해서 실제 대화 내용 그대로 풀워딩으로 작성됐다”며 “(내가) 대화록을 직접 확인했고, 국정기록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공식 회담록엔 ‘엔엘엘 포기’ 발언 따위는 담겨 있지 않음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공식 회담록 작성자인 김만복 전 국정원장도 18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공식 회담록엔 그런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 의원이 공식 회담록 외에 어디선가 입수한 ‘가짜’ 대화록의 잘못된 내용을 토대로 허위 폭로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진성준 대변인은 16일 “문제를 제기한 정문헌 의원이 그 가짜 대화록을 즉각 공개하고, 입수 경위와 절차, 배경, 과정들에 대해서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17일 정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후보 캠프의 문병호 법률지원단장은 “정 의원이 없는 자료를 있는 것처럼 사실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상 기밀누설이나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는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협박, 무고’라고 맞섰다.
‘진짜’ 회담록엔 문제 발언이 없다는 반박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이번엔 회담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다는 의혹을 17일 제기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 또한 직접 반박했다. 그는 “참여정부 때는 이지원(전자결재시스템)으로 모든 문서가 보고되고 결재됐다. 이지원에 (일단) 올라왔던 문서가 폐기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며 “더구나 회담록은 국정원에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손원제 조혜정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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