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예산 6조원’을 예산에 반영하려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새누리당과 ‘부자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을 요구하는 민주통합당의 입장 차이로 새해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 시작을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이날 회의는 무산됐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 “단기간에 민생지원 필요”
민주 “국채발행 안해도 가능”
‘박근혜 예산 6조원’ 공방 가열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 연기
민주 “국채발행 안해도 가능”
‘박근혜 예산 6조원’ 공방 가열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 연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대선 기간 민생을 살리기 위해 약속드렸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재원 마련을 위해 ‘부자감세’를 철회한 뒤 국채 발행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맞섰다. 국채 발행 문제가 ‘증세안’을 포함한 예산 심사와 한 묶음으로 논의되면서, 28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내년도 예산안 심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 당선인은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소상공인단체연합회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생이 워낙 어렵다. 어려운 분들이 힘든 시기에 가난과 어려움에 떨어지기 전에 뭔가 단기간에 이분들에게 힘을 드려야 이분들도 살아날 용기를 가질 수 있고, 재정적으로도 절약이 된다”며 국채 발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기에 국가재정을 투입해 단기간에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으면, 향후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더 큰 규모의 국가재정이 투입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박근혜 예산 6조원 필요’ 발언으로 시작된 국채 발행 논의에 박 당선인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채 발행 대신 그동안 재원 마련 방안으로 주장해왔던 ‘부자감세 철회’로 맞불을 놓으면서 공방이 격해졌다. 오전에 예산안 심사에 필요한 세법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도 27일로 연기됐다.
새누리당은 각종 세율 인상 없이 각종 세감면을 통해 먼저 재원을 마련한 뒤, 이어 부족한 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자는 입장이다. 세감면을 통한 세수증대 효과는 내년에는 125억원밖에 되지 않지만, 세제개편안이 본격 적용되는 내후년부터는 1조원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계산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채 발행은 다음 정부나 세대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이에 앞서 먼저 직접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부자증세’로 재원을 확보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새누리당의 비과세·감면 규모 축소 방침에 더해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를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500억원 이상의 법인세 과표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로 낮추자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기획재정위의 여야 의석 분포는 박 당선인의 의원직 사퇴로 새누리당 12명, 야당 13명이어서 야권의 협조가 없으면 세법개정안의 상임위 통과가 어렵다.
기획재정위 새누리당 간사인 나성린 조세소위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에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며 “여기에서 더 증세를 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새누리당이 1조7000억원의 지출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천공항, 우리은행, 산업은행 매각으로 잡아놓은 8조원의 세입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박 당선인이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공약실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특히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부가가치세 2% 인상은 이건희 회장과 노숙자에게 똑같이 세부담을 안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주장과 달리 ‘박근혜 예산 6조원’은 지역구 예산이 아니고 서민의 삶과 관련해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 가계부채 해소 등에 쓰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채 발행 역시 6조원 규모가 아니라 정부 예산안에서 2조원 정도를 삭감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1조원 정도의 세원을 확보한 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발행하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나성린 의원도 “6조원 대부분이 민생 예산이고, 국채도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과 달리 6조원 규모로 발행하는 게 아니라 최소화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고소득층 직접 증세는 자신들이 정권을 창출했을 때 도입할 정책이지, 우리 당의 원칙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석진환 송채경화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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