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로 상처입은 민주통합당을 잠정적으로 이끌 새 원내대표가 28일 선출된다. 박기춘(왼쪽 사진)·전병헌(오른쪽) 의원이 출마 의지를 드러낸 한편으로, 일부 중진·원로 중심의 합의 추대 움직임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새 원내대표의 임기는 최근 사퇴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잔여임기인 내년 5월 초까지밖에 안 된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해 당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새 정부 초기 조직개편과 인사청문회 등을 맡아 처리하는 등 막중한 임무를 떠맡는다.
민주당은 26일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27일 오후 5시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고, 28일 오전 국회에서 후보 정견발표 뒤 원내대표 선출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김우남 선관위원장은 “후보 마감 결과 등록자가 1인일 경우 별도의 투표 없이 추대형식으로 선출할지, 아니면 투표를 통해 재적 과반수의 신임을 물을지 등은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한 당내 기류는 경선과 추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일단 3선의 박기춘·전병헌 의원은 출마 의사를 사실상 굳힌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후보로 등록하면 자동으로 경선을 통한 선출로 갈 수밖에 없다.
다만, 당내 중진·원로 그룹을 중심으로 합의 추대 목소리가 일고 있는 점이 변수다. 비주류 중진·원로 그룹은 비주류 좌장격인 4선의 김한길 전 최고위원 추대를 거론하고 있다. 일부 ‘486’과 초·재선 그룹에서 3선의 박영선 의원을 미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만약 이런 움직임이 하나로 모일 경우 박기춘·전병헌 의원도 출마를 고수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박기춘 의원은 “원내대표나 당대표 출신 등 이른바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하고, 어느 정도 추대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나도 꼭 출마하지 않고 추대론에 동참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한길 정세균 원혜영 박지원 의원 정도의 분들이면 몰라도, 거기에 못 미치는 분들이 나오겠다면 한 번 겨뤄보겠다는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그는 “저는 원내대표의 임무만 맡고, 비대위원장은 다시 별도로 선출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도 내부 기류 등을 지켜보며 27일 후보 등록 시한까지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춘·전병헌 의원 외에도 4선의 신계륜 의원도 원내대표 출마와 당권 도전을 놓고 막바지 고심을 하고 있다. 일부에선 재선인 이인영 의원 등 소장파의 출마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의 재구성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장 인물의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내가 국회직에 나서기엔 선수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소장 그룹이 변화를 전면에 내걸고 나설 필요성엔 공감하며, 누구든 그런 도전에 나선다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원내 당직자는 “현재로선 김한길 전 최고위원 등 추대 대상으로 거론되는 분들이 자칫 경선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대로면 박기춘·전병헌 의원 간에, 혹시 추가로 출마자가 있다면 다자 간에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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