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보연구소 모임’ 야권 대선패배 원인 놓고 격론
고원 교수 등 “단일화 치중…추상적 복지 전략 실패”
최태욱 교수 등 “민주-안철수신당 등 연합정치 해야”
고원 교수 등 “단일화 치중…추상적 복지 전략 실패”
최태욱 교수 등 “민주-안철수신당 등 연합정치 해야”
‘전략의 실패인가, 구조의 한계인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한 원인을 둘러싸고 야권의 전략·정책 전문가들 사이에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논쟁은 어쩌면 앞으로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의 정치적 진로를 결정짓는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이 ‘전략의 실패’ 때문이라고 결론이 나면, 야권은 현재의 기본적인 정치 지형을 유지한 채 ‘5년 뒤’를 대비하면 된다. 하지만 ‘구조의 한계’ 때문이라면, 아예 판을 다시 짜는 것이 타당하다.
26일 저녁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민주진보 정책연구소 준비 모임’이라는 작은 단체의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고원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윤석규 안산열린사회정책연구소장이 발표를 했다. 그동안 민주당 안팎, 안철수 전 대선후보 캠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략 및 정책 전문가들이다.
고원 교수는 “50대 유권자 보수화는 터무니없는 가설이다. 전략 실패를 50대 보수화로 환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단일화와 세대 전략 이외에 다른 전략이 없었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는 추상적인 거대담론에 머물렀다.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정희 후보의 허풍과 독설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었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주로 야권의 전략 및 프레임의 실패로 본 것이다.
그는 “지금 상황은 미국 민주당이 2004년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와 비슷하다. 5년 뒤에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도 보수 정책이 없어서 실패했다는 분석이 있는데 그건 위험하다. 야권의 자기해체 담론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은 오히려 서민 대중에게 다가서는 진보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태욱 교수는 “인구구성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보수 우위의 구조를 객관적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은 이제 국회의 단독과반을 차지하거나 단독집권을 꿈꾸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범진보연대를 구성하여 보수에 승리할 것을 기대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당은 연대의 지평을 중도보수로까지 확장하고 그들과의 연합정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수구보수의 장기집권을 막을 수 있고 민주당이 살길도 열린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구체적으로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면 그것은 중도보수층과 부산·경남 지역의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 안팎의 개혁적 보수 인사들도 합류할 수 있고 민주당 구성원의 일부도 갈 수 있다. 진보정당은 바로 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중도진보정당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진보와 중도에 걸쳐 있는 이 3대 정치세력이 민주당을 중심에 두고 정립할 경우 연합정치의 제도화가 순조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 지형을 4당 체제로 아예 다시 짜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철희 소장은 전략의 실패를 원인으로 짚으면서도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5년 뒤 집권도 쉽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단일화만으로는 처음부터 이길 수 없었다.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유권자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 것인지 쉽고 간명하게 알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이슈로 ‘차별화’ 전략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정치와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이 진보는 보수에 비해 올바르지 못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 선악의 문제로 보고 유권자들에게 강요를 했는데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고 야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연합정치의 제도화는 바람직하다”고 최태욱 교수의 주장에 찬성하면서도, “별로 새롭지도 않은 통합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민주당 안팎의 올드보이들이 다 나가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윤석규 소장은 민주당 중심 재건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그는 “2012년 대선은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 등 남의 ‘판돈’까지 다 끌어다가 올인해서 패배했기 때문에 2007년에 비해 후유증이 훨씬 더 심각하다. 대선 패배 이후 문재인 전 후보가 친노세력의 보스로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5년 동안 민주당의 앞날이 암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들의 돌아선 마음을 돌이키기 어려울 것 같다. 민주당이 수습되지 않으면 안철수 신당의 출현은 필연적이고 유권자들의 새정치 욕구는 안철수 전 후보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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