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기춘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박 의원은 재적의원 127명중 124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선에서 63표를 획득, 58표에 그친 신계륜 의원을 5표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박기춘
결선투표끝 범친노 신계륜 제쳐
박지원계 속하지만 계파색 옅어
유통법 처리 등 당면과제 수두룩
제1 야당 존재감 드러낼지 주목
결선투표끝 범친노 신계륜 제쳐
박지원계 속하지만 계파색 옅어
유통법 처리 등 당면과제 수두룩
제1 야당 존재감 드러낼지 주목
민주통합당의 새 원내대표에 계파색이 옅은 박기춘 의원이 선출된 것은 이른바 ‘범친노, 주류 세력’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볼 수 있다. 대선 패배 뒤 처음 내놓은 당의 얼굴이 또 ‘범친노’라는 인상을 주면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이란 의원들의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에는 새 원내대표의 임기가 5월 초까지 4개월여밖에 안 된다는 점 때문에 당내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출마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범친노계로 분류됐던 신계륜 의원이 유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신 의원이 당내 486 의원들의 맏형격인데다 고 김근태 의원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라는 점 등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당선된 데는 당내 비주류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박 원내대표도 당내에선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는 등 주류에 가깝지만 신 의원에 비해 친노 색깔이나 계파 색채가 옅다는 게 장점이었다. 1차투표에서 김동철 의원을 지지했던 비주류 의원들의 표가 결선 투표에서 박 의원에게 상당수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 의원이 ‘당선될 경우 겸임하기로 했던 당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놓고 무게감 있는 인사를 새로 모실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밤까지 경선 없이 김한길 의원을 추대하자고 주장했던 중진들도 신 의원이 출마를 고집하자 박 의원한테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4개월여의 짧은 임기이긴 하지만 박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임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당장 올해 안에 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유통산업발전법과 택시법 등 쟁점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새해엔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줄줄이 예정돼 있는 국무위원 청문회와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여권과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박 원내대표가 두 번의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며 쌓아온 협상력을 발휘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는 당선 뒤 기자간담회에서 “의원들도 과거와 같이 불쾌하고 불필요한 방법을 동원해 예산이나 법안을 저지할 생각이 없다. 충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과,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는 것을 꼽았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를 잘 꾸리는 게 절반의 성공이다. 계파 갈등을 없애고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법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 어떤 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그런 기초 다지는 일이 제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저부터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앞으로 더 많은 기득권을 확실히 내려놓는 것이 계파를 없애는 것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원장을 당무위원회와 의원단 연석회의를 통해 늦어도 1월 초까지는 선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당내는 물론 당 바깥의 무게감 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두루 접촉하는 한편, 선출 방식도 당내 여러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다. 비대위원장으로 당내에서는 정세균 상임고문이, 당 바깥 인사로는 윤여준 전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많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선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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